수도권의 한 육군 보병 부대에서 사단장이 부대원들에게 사적인 지시를 내리거나 간부를 폭행하는 등 '갑질'을 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군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군인권센터는 오늘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폭로하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제보된 사단장은 지난 4월 부대원들에게 주둔지 안에서 두릅을 따오라고 지시하거나 톱으로 나무를 깎아 닭장을 만들도록 하는 등 사적인 심부름을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군인의 본분을 벗어난 사적 지시로, 사적 노역 금지 규정을 위반한 행위에 해당한다.
더 나아가 군인권센터는 해당 사단장이 운동경기 도중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간부의 허벅지를 발로 걷어차는 폭행을 가했으며, 부대 소파 구매를 위해 신청한 예산 일부를 유용하여 필라테스 가구를 구매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이러한 의혹들은 사단장의 권한 남용과 부대 예산의 부적절한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며, 군 내부의 심각한 기강 해이를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된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은 국방부 익명 신고 시스템을 통해 이미 문제를 제기했지만 묵살됐다"고 주장하며, 군 당국이 해당 비위 행위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는 군 내부의 제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고위 간부의 비위가 은폐될 수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번 의혹이 제기되자 육군은 즉각적인 조치에 나섰다. 육군 관계자는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해당 사단장을 분리 파견 조치했다"고 밝히며, "육군본부 감찰실에서 현장 조사에 착수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단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분리파견하는 것은 해당 의혹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공정한 조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수도권 육군 사단장의 '갑질' 의혹은 최근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으로 인해 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하여 군 기강 확립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있다. 군 당국은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 책임 있는 처벌을 내려야 할 것이다. 또한, 익명 신고 시스템의 실효성을 재점검하고, 고위 간부의 권위주의적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