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멧돼지 등으로부터 시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켜야 할 '유해야생동물 포획단'이 오히려 민간 농가의 가축을 무단으로 사냥해 온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은 레저용 활을 사용하는 양궁 동호회 회원들과 조직적으로 결탁해 1년 넘게 '흑염소 원정 사냥'을 벌여온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28일, 특수절도 및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부산시 소속 유해야생동물 포획단원 4명과 양궁 동호회 회원 7명 등 총 11명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적인 임무를 수행해야 할 포획단이 전문 사냥 기술을 가진 동호회와 결탁해 가축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전례를 찾기 힘든 사건이다.
이들은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약 1년여에 걸쳐, 부산 가덕도 외항포 인근 야산에 방목되어 있던 흑염소 14마리를 무참히 포획해 도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의 범행 수법은 매우 치밀하고 대담했다. 유해야생동물 포획단원은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해 단속을 피하고, 양궁 동호회 회원들은 레저용 활을 이용해 소음 없이 흑염소를 사냥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들은 활뿐만 아니라 마취총과 올무까지 동원하는 등 전문적인 사냥 도구를 총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농장주는 1년 넘게 애지중지 키우던 흑염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했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이 잠복과 CCTV 분석 등을 통해 이들의 범행 전모를 밝혀냈다. 경찰에 붙잡힌 이들은 "함께 나눠 먹기 위해 흑염소를 잡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십 차례에 걸쳐 이뤄진 이들의 '사냥 파티'에 피해 농장주가 입은 재산 피해액만 1천만 원이 훌쩍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사건은 공공의 신뢰를 바탕으로 총기 소지 허가 등 특별한 권한을 부여받은 포획단이 그 권한을 사적인 이익과 쾌락을 위해 남용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야생동물과 가축을 구분하지 못하고 사냥감처럼 취급한 이들의 행태는 동물보호법의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다.
경찰은 이들이 포획한 흑염소 중 일부를 외부에 유통했는지,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범행을 저질렀는지 등 여죄를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유해야생동물 포획단의 구성과 운영, 관리에 대한 전면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