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증시의 조정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를 앞둔 경계감이 교차하며 30일 국내 증시가 혼조세 속에서 출발했다. 코스피 지수는 소폭 상승하며 3230선을 유지했으나,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 그대로 장을 시작하며 시장의 짙은 관망 심리를 드러냈다.
이날 오전 9시, 코스피는 전 거래일(3230.57)보다 2.74포인트(0.08%) 오른 3233.31에 개장했다.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날의 강세 동력을 완전히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하방 압력을 방어하며 강보합권에서 장을 시작했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도 소폭 상승 출발하며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이날 증시는 간밤 뉴욕 증시의 약세 마감에 영향을 받았다. 2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데 따른 피로감과 FOMC 회의를 앞둔 관망세가 맞물리며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국제유가의 급등은 시장에 복합적인 신호를 보냈다. 러시아산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부각되며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3.74% 급등한 69.21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지만, 국내 증시에서는 정유·화학 등 관련주의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변수다.
수급 주체별로는 장 초반부터 눈치 보기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전날 6000억 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하며 5거래일 연속 ‘사자’ 행진으로 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이날도 이어질지 여부가 장의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개장 직후 외국인과 기관은 소폭의 순매수와 순매도를 오가며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혼조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날 7만 원 선을 지켜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는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으며, 간밤 유가 급등 소식에 정유주들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과 동일한 1391.0원에 출발했다. 전날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합의가 미국에 유리하게 타결되며 달러가 강세를 보인 영향으로 9원 급등했으나, 이날은 추가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고 숨을 고르는 모습이다. FOMC의 금리 결정과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힌트를 확인하려는 대기 심리가 환율 변동성을 억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코스피가 3200선 위에서 숨 고르기 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전날 외국인 주도의 강한 매수세로 지수가 레벨업됐지만,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과 FOMC라는 빅 이벤트를 앞두고 있어 추가 상승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치중하는 시장 흐름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