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생일잔치를 열어준 아들을 사제 총기로 살해하고, 며느리와 손주들까지 해치려 한 60대 남성이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장기간 아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으면서도 ‘가장으로서 무시당한다’는 비뚤어진 망상에 사로잡혀 1년 가까이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30일 살인 및 살인미수,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63살 조 모 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조 씨는 이날 오전 인천 논현경찰서 유치장을 나서며 "아들을 왜 살해했나", "다른 가족도 살해할 계획이었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굳게 입을 닫은 채 호송차에 올랐다.
조 씨는 지난 20일 밤 9시 30분쯤,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의 아들 아파트에서 자신의 생일 축하를 위해 모인 가족들 앞에서 사제 총기를 꺼내 들어 아들을 향해 산탄 2발을 발사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어 현장에 있던 며느리와 손주 2명, 외국인 가정교사 등 나머지 가족 4명도 살해하려 했으나, 며느리의 저항과 신고로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조 씨의 범행은 단순 우발적 분노가 아닌 약 1년간 이어진 치밀한 계획의 결과였다. 그는 지난해 8월부터 유튜브 영상을 보며 범행을 구상했고, 인터넷을 통해 강철 파이프와 목재 손잡이, 화약 등을 구매해 사제 총기를 제작했다. 심지어 서울 도봉구 자택 인근 야산에서 수차례 시험 발사를 하며 총기의 성능을 확인하는 대담함까지 보였다.
조 씨는 범행 당일 아들의 집으로 향하기 전, 자신의 도봉구 자택에 인화성 물질인 시너가 담긴 페트병 15개와 점화 장치를 연결한 사제 폭발물을 설치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경찰은 조 씨의 진술을 토대로 현장에 출동해 폭발물을 안전하게 제거했다.
경찰은 조 씨가 아들에게 생활비와 차량, 신용카드까지 제공받는 등 경제적으로 완전히 의존하면서도, 가장으로서의 자존감을 잃고 "가족이 내 재산을 노리고 나를 따돌린다"는 비현실적인 망상에 빠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자신을 위해 마련된 생일잔치 자리에서조차 존중받지 못한다는 왜곡된 피해의식이 극단적인 범죄로 이어진 것이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조 씨의 자택에서 수거한 인화성 물질에 대한 정밀 감정을 의뢰하는 한편, 향후 검찰이 조 씨에게 폭발물사용죄를 추가로 적용할지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