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가 올여름 야심 차게 선보인 관광 콘텐츠 ‘해운대 페스타’가 피서객들의 철저한 외면 속에 한 달 만에 사실상 파행을 맞았다. 수억 원의 손실을 주장하는 민간 사업자와 해운대구청 간의 책임 공방이 벌어지면서, 시민과 관광객을 위해 마련된 축제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지난 주말 저녁, 인파로 가득 찬 해운대 해수욕장의 모습과 달리 해변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 ‘해운대 페스타’ 구역은 한산함을 넘어 적막감마저 흘렀다. 특수부대 훈련을 콘셉트로 한 ‘강철부대’ 체험장에는 이용객의 발길이 완전히 끊겼고, 3천 석 규모의 워터파티 공연장은 예정됐던 공연이 취소된 채 굳게 울타리가 쳐져 있었다.
‘해운대 페스타’는 해운대구가 이색적인 체험형 관광을 제공하겠다며 민간 사업자에게 해변 부지를 두 달간 무상으로 제공하며 추진한 사업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결과는 처참했다. 한 피서객은 “날이 너무 더워서 굳이 저런 체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외면했다.
결국 낮은 수익성과 누적되는 손실에 사업자 측은 사업 중단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한 사업 관계자는 “지금까지 수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는데, 또다시 수억 원을 들여 무대를 새로 설치하고 무료 공연을 진행하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해운대구는 사업자 측의 책임이라는 입장이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사업자가 제출한 최초 제안서에는 모든 행사를 무료로 진행하겠다고 명시했으나, 이후 유료로 전환했다”며 “모든 비용을 사업자가 부담하고 이익이 발생하면 모두 가져가는 구조이므로, 손실 역시 전적으로 사업자가 감당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전국 최고의 피서지인 해운대 해변의 넓은 공간이 외면받는 시설물로 채워진 채 방치되면서, 야심 찼던 축제는 양측의 갈등만 남긴 실패한 정책으로 남게 됐다. 공공의 자산인 해변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과 관광객의 몫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