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을 수사해온 경찰이 강제수사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실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이를 여러 차례 불청구하면서, 결국 임의수사로 전환하여 사건을 처리했음을 시인했다.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은 오늘(4일) 기자간담회에서 류 전 위원장 관련 수사에 대해 "(류 전 위원장에 대해) 강제수사를 하려고 했지만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들이 검찰에서 청구가 안 됐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박 본부장은 이어서 "(검찰로부터) 보완 수사 요구가 세 차례가량 와 임의 수사로 진행했다"고 설명하며, 강제수사가 이루어지지 못한 배경에 검찰의 영장 불청구가 있었음을 명확히 했다.
류 전 위원장은 2023년 9월, 자신의 가족과 지인들에게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관련 보도를 심의해달라는 민원을 넣도록 지시하고, 나아가 해당 심의 절차에 직접 참여했다는 강력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의혹은 방심위 직원들이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 제보를 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으며, 이에 류 전 위원장은 민원인 개인 정보가 유출되었다며 내부 감사와 수사를 의뢰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해당 의혹을 수사한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달 21일, 류 전 위원장이 공익신고자에 대해 특별감사 지시를 내려 불이익을 준 부분에 대해서만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정작 핵심 혐의로 지목되던 '민원 사주'로 인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더욱이 경찰은 류 전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한 탁동삼 전 방심위 팀장과 지경규 방심위 노조 사무국장, 그리고 방심위 직원 A씨를 지난달 25일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어, 일각에서는 "공익 제보자에 대한 탄압"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 측은 경찰의 수사 결과에 강한 불만을 표하며, 민원 사주 의혹을 제기한 공익 제보자에 대한 사법 처리 움직임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들은 류 전 위원장에 대한 '민원 사주' 혐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이번 사건이 재점화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 본부장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여러 제한된 상황에서도 충분히 수사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하면서도, "결과에 대해서 수긍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있어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계속 확인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현재로서는 재수사 논의까지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 경찰의 추가적인 강제 수사 가능성은 낮음을 시사했다. 이번 사건은 공익 제보의 보호와 수사 기관의 독립성, 그리고 고위 공직자의 권한 남용 의혹이라는 여러 층위의 쟁점을 내포하고 있어, 향후 검찰의 판단과 시민사회의 반응에 따라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