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밤, 운전자의 사소한 부주의가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량들을 덮치는 아찔한 사고로 이어졌다. 운전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경사면에 세워둔 차량이 저절로 굴러 내려가 고속도로 본선에 진입하면서 5중 연쇄 추돌사고를 유발, 2명이 중상을 입는 등 총 6명의 사상자를 낳았다. 평온해야 할 휴게 공간이 순식간에 대형 사고의 시발점이 된 순간이었다.
충남소방본부와 고속도로순찰대 제2지구대에 따르면 사고는 8월 23일 오후 9시 14분경 충남 논산시 호남고속도로지선 대전 방향 벌곡휴게소에서 발생했다. 모닝 승용차 운전자가 주유소의 경사진 노면에 변속 기어를 중립(N)에 두고 주차 브레이크를 채우지 않은 채 화장실을 가기 위해 차에서 내린 것이 화근이었다. 운전자가 없는 모닝 차량은 서서히 내리막길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고, 가속도가 붙어 휴게소 출구를 완전히 벗어나 고속도로 본선으로 진입했다.
당시 본선 1차로를 주행하던 K7 승용차가 운전자 없는 모닝 차량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충돌하며 사고는 시작됐다. 뒤이어 코나, 제네시스, 카렌스 차량이 연달아 추돌하면서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 사고로 K7을 운전하던 50대 남성과 코나 운전자인 20대 여성이 의식 저하 등 심각한 부상을 입어 을지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2명이 중상을 입었다. 또한, 코나 동승자를 포함한 다른 차량의 탑승자 4명도 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모닝 운전자의 명백한 안전 조치 위반으로 보고 있다. 도로교통법 제34조의3은 경사진 곳에 주차할 경우 운전자는 고임목을 설치하거나 조향장치를 도로 가장자리 방향으로 돌려놓는 등 미끄럼 사고 방지를 위한 조치를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특히 주차 브레이크를 제대로 작동시키지 않은 행위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12대 중과실에 해당하지는 않으나, 사고 발생 시 민사적 책임은 물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업무상과실치상)에 따라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모닝 운전자를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와 과실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잠시의 편의를 위해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외면하는 행위가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특히 경사진 구조를 가진 주유소나 휴게소 관리 주체의 안전 시설 점검 및 이용객에 대한 적극적인 안내 필요성도 제기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