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강력한 주도 아래 추진된 상법 개정안이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기존의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를 명시적으로 포함시킨 것으로, 국내 기업 지배구조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결단이라는 입장이지만, 야당과 재계는 경영권 위축과 소송 남발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상법 제382조의3(이사의 충실의무) 조항을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에서 "회사 및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위하여"로 수정했다. 이사의 책임 범위를 회사에서 전체 주주로 확장한 것이다.
여당은 이번 개정안 통과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대주주나 모회사의 이익을 위해 일반 주주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사례(물적분할 후 중복 상장 등)가 빈번했음에도, 현행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로 한정되어 있어 소액주주들이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으로 기업들이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정하게 고려하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며, "이는 경영 투명성을 높여 국내 증시의 저평가 요인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야당과 재계는 즉각 반발하며 '경영 족쇄법'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할 경우, 단기 차익을 노리는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들의 무분별한 소송 제기가 급증할 것"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모든 경영 판단이 잠재적인 배임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신사업 투자나 인수합병 등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과감한 결단이 위축될 수밖에 없어 결국 기업과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당과 일부 무소속 의원들의 찬성으로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법안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되는 즉시 시행될 예정이다. 법 시행 이후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경영계의 소송 방어 부담과 이사회의 역할 재정립을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