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 기념 열병식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톈안먼 성루에 나란히 섰다. 특히 이번 방중에는 딸 김주애를 처음으로 동행시켜 국제무대에 사실상 '후계자'로 공식 데뷔시킴으로써, 북·중·러 3국의 밀착을 과시하는 동시에 4대 세습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이날 오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열병식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앙에 자리했으며,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각각 양옆에 위치해 '반미 연대'의 상징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 3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냉전 시대의 '북방 3각 연대'가 21세기에 재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이례적으로 전날 김 위원장의 베이징 도착 소식을 신속하게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베이징역에서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 등 중국 최고위급 인사들의 영접을 받았으며, "6년 만에 다시 중화인민공화국을 방문해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가장 주목받는 대목은 김주애의 동행이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는 김 위원장 뒤편에 김주애가 서서 중국 측 인사들을 맞는 모습이 명확히 담겼다. 그동안 미사일 발사 현장 등 국내 행사에만 모습을 드러냈던 김주애가 해외 순방에 동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국제사회를 향해 김주애가 차기 지도자임을 공식화하는 '후계자 신고식'의 성격을 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가정보원 역시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를 통해 "김정은이 방중하면서 딸 김주애를 동반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애의 활동을 주시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첫 다자외교 무대이자 북·중·러 3각 연대를 과시하는 자리에 김주애를 대동한 것은, 세습의 정당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내부적으로도 후계 구도를 확고히 하려는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방중을 계기로 김주애의 공개 활동이 더욱 빈번해지고, 후계자로서의 위상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