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 약 8000여 명이 이달부터 수련에 복귀하면서, 전체 전공의 규모가 의정 갈등 이전의 76% 수준까지 회복됐다. 하지만 복귀가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 등 소위 인기과에만 집중되고 필수의료 분야는 외면받으면서, 의료 현장의 정상화는 요원하다는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3일 발표한 '2025년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에 따르면, 이번 모집을 통해 총 7984명이 선발됐다. 기존에 수련 중이던 인원을 합하면 전체 전공의는 1만 305명으로, 사직 사태 이전(1만 3531명)의 76.2%까지 올라섰다. 수치상으로는 의료 공백 사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았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과목별 양극화가 극심했다. 정신건강의학과(93.5%), 안과(91.9%), 영상의학과(91.5%), 성형외과(89.4%) 등 인기과들은 대부분 90%에 육박하는 높은 복귀율을 기록했다. 이들 과목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높은 충원율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과목들은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소아청소년과는 복귀율이 13.4%에 그쳤으며, 응급의학과(42.1%), 산부인과(48.2%), 외과 등도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한 수도권 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1년 차들이 한 명도 없어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가 망한 것"이라며 "정상화가 아니라 초토화됐다"고 토로했다.
지역 의료의 붕괴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비수도권의 경우 외과 복귀율은 23.4%에 불과했으며, 심장혈관흉부외과는 4.9%, 소아청소년과는 8.0%라는 충격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사실상 지역의 필수의료 수련 체계가 붕괴 직전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공의들이 떠난 사이 일부는 미용 의료 시장 등으로 진출해 높은 수입을 경험했고, 고된 수련과 의료소송 위험이 큰 필수의료로 돌아올 유인이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번 전공의 복귀는 필수의료 기피 현상과 수도권 쏠림이라는 대한민국 의료의 고질적인 문제를 다시 한번 극명하게 확인시켜 준 셈이 됐다.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의료개혁이, 역설적으로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화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