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강력한 매수세에 힘입어 또다시 새로운 역사를 썼다. 22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큰 폭으로 상승하며 장중 3480선을 가뿐히 넘어섰고,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과 맞물려 글로벌 유동성이 국내 증시로 유입되는 가운데,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업황 개선 전망이 더해지며 "꿈의 3500선" 돌파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낙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의 기록적인 상승을 이끈 주역은 단연 외국인이었다. 최근 "바이 코리아" 기조를 이어온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조 단위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순매수세를 보이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기관 투자자 역시 순매수로 힘을 보탠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지수가 급등하자 차익 실현에 나서며 대규모 순매도를 기록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수급 구도는 시장의 주도권이 개인에서 외국인과 기관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외국인의 "사자" 행렬은 국내 대표 수출주인 반도체 업종에 집중됐다.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급증 기대감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동반 강세를 보이며 지수 상승의 선봉에 섰다. 그동안 부진했던 2차전지 및 인터넷 대표주들도 모처럼 반등에 성공하며 시장 전반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배터리 셀 업체들과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들도 동반 상승하며 지수 상승폭을 키웠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업황이 본격적인 상승 사이클에 진입했으며, 미국의 통화 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외국인 자금 유입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보인 점도 외국인 수급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과 향후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인 투자자들이 대규모 매도에 나선 것은 지수 추가 상승에 대한 부담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며, 향후 발표될 주요 경제 지표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주도 업종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차익 실현 매물 출회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