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현 정권의 "야당 탄압"을 규탄한다며 5년 8개월 만에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열었으나, 당초 의도와 달리 현장은 "윤석열 구하기"와 "부정선거론"이 지배하며 당내의 복잡한 기류를 노출했다. 당 지도부는 집회의 초점을 대여 투쟁에 맞추려 했지만, 보수 텃밭인 대구에 집결한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이를 압도하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 21일, 국민의힘은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지도부와 당원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야당탄압 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이는 2020년 1월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장외 집회로, 당 지도부는 최근의 특검법 정국과 사법부를 향한 여권의 공세를 "민주주의 파괴 행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저항의 목소리를 결집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집회 현장의 분위기는 당 지도부의 구상과는 다소 다르게 전개됐다. 당초 국민의힘은 집회의 본질이 흐려질 것을 우려해 "윤석열 어게인"과 같은 특정인 관련 구호나 피켓 사용을 금지한다고 공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회 현장 곳곳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는 깃발이 등장했으며, 참가자들은 자발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했다.
특히 집회에는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는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이러한 주장이 일부 지지자들에게서만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당 지도부에 속한 한 최고위원은 연설 도중 지난 대선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내며 논란을 지폈다. 이는 공식적으로 선거 결과에 승복한 당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집회의 명분을 스스로 훼손했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이번 대구 집회는 국민의힘이 처한 딜레마를 명확히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당 지도부는 외연 확장을 통해 수권 정당의 면모를 갖추고자 하지만, 당의 핵심 지지층은 여전히 과거의 선거 결과와 특정 인물에 대한 충성심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대여 투쟁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장외로 나섰지만, 오히려 당내에 존재하는 노선 갈등과 강성 지지층의 막강한 영향력만 재확인한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