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청구가 기각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판 출석을 거부하면서, 법원과 특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법원은 피고인 없는 "궐석재판" 가능성을 시사했고, 특검은 재판 지연을 막기 위한 강제 구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불구속 재판을 통한 방어권 보장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윤 전 대통령이 재판 거부라는 방식으로 맞서면서 양측의 갈등은 최고조로 치닫는 양상이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 심리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2차 공판에 윤 전 대통령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달 26일 첫 재판에 직접 출석해 18분간 보석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법원은 지난 2일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윤 전 대통령의 보석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공소 유지를 맡은 내란 특검팀은 이날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의 불출석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검은 "피고인은 보석 심문에는 출석했다가 기각 결정이 나오자마자 불출석했다"며 "이는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별건인 내란 혐의 재판에도 13차례 연속 불출석하는 등 재판을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면서 "절차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구인영장을 발부해달라"고 재판부에 강력히 요청했다.
재판부는 일단 특검의 요청을 즉각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으나, 내용을 볼 때 형사소송법상 정당한 사유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피고인의 출석은 재판의 기본 원칙임을 강조한 것이다.
향후 재판은 윤 전 대통령 없이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재판부는 "우선 구치소 직원을 상대로 피고인의 인치를 거부한 구체적인 사유 등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불출석에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피고인의 방어권을 일부 제한하더라도 궐석재판을 통해 신속하게 심리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이 구인영장 발부와 궐석재판 진행이라는 선택지 사이에서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그 결과가 향후 정국의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