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이후 꾸준히 늘던 세종시 인구가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2년 출범 당시부터 ‘대한민국 행정수도’를 표방하며 급격한 성장을 이어왔던 세종시는 지난 6월 인구 39만 8640명을 기록한 뒤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9월에는 인구 대비 전출 인구 비율을 나타내는 순유출률이 전국 최고를 기록하며 뚜렷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세종시는 한때 연평균 인구 증가율이 10%에 달하며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도시였다. 그러나 최근 2~3년 사이 증가세가 둔화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실제 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다. 당초 2030년까지 20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추진된 세종시 주택 개발은 이미 13만 5천 가구가 입주를 마쳤고, 남은 물량은 6만 5천 가구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향후 주거 기반 인구 유입 속도가 크게 둔화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정권 교체 때마다 흔들려 온 행정수도 정책도 인구 정체의 근본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의 이전이 매번 지연되거나 축소되면서 도시 기능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민간 기업 유치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재명 정부 들어 해양수산부와 일부 유관 기관의 이전이 추진되고 있으나, 아직 세종시가 국가 행정의 실질적 중심지로 자리 잡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다.
세종시가 직면한 또 다른 과제는 일자리 부족이다. 중앙부처 공무원을 제외하면 민간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해 청년층 유입이 줄고 있다. 2022년 이후 청년 인구는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지역 소비 위축과 산업 기반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교육, 의료, 문화시설 등 생활 인프라 부족 문제도 주민 만족도를 떨어뜨리며 인근 도시로의 역유출을 부추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종시가 단순한 행정 중심지를 넘어 ‘자족형 도시’로 성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행정기능 강화와 함께 민간 산업 육성, 스타트업 지원, 정주 환경 개선이 병행돼야 인구 감소 흐름을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세종시 정책기획관은 “서울에 남아 있는 중앙부처 이전이 조속히 완료돼야 행정수도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며 “일자리, 교육, 정주 여건을 함께 확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30년 전후로 대통령 세종 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이 완공될 예정이지만, 현재로서는 분원 수준의 기능에 머물고 있다. 행정수도 완성과 더불어 민간 기업과 인재가 함께 모일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세종시의 성장 동력은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구 80만 명 달성을 목표로 한 세종시는 이제 양적 성장보다 질적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도시 비전의 일관성, 산업 구조의 다변화, 생활 인프라 확충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는다면, 세종시의 ‘행정수도 실험’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