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이후 신규 상장한 기업 창업자 가운데 상위 100명이 보유한 주식가치가 22조 5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과 K콘텐츠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지며,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15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2020년 이후 신규 상장한 기업 창업자 100명의 주식가치 합계는 총 22조 4,83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부모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은 2세 경영인이나 2020년 이전 상장 기업 창업자는 제외하고, 순수 창업자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1위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그룹 하이브를 창업한 방시혁 의장이었다. 방 의장은 하이브 지분 31.6%를 보유하고 있으며, 주식가치는 3조 4,983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위 100인 전체 주식가치의 약 15.6%를 차지하는 규모다.
2위는 화장품 브랜드 ‘에이프릴스킨’으로 알려진 에이피알의 김병훈 대표로, 주식가치가 2조 9,884억 원으로 조사됐다. 3위에는 글로벌 게임사 크래프톤의 장병규 의장이 올랐으며, 보유 주식가치는 2조 866억 원이었다.
이 밖에도 ▲리튬이온배터리 소재기업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창업자 김병훈 대표 ▲AI 기반 헬스케어 기업 루닛의 서범석 대표 ▲플랫폼·콘텐츠 산업 대표주인 카카오게임즈 남궁훈 전 대표 등이 상위권에 포함됐다.
학력 및 전공 분포에서도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상위 100명 중 학력이 확인된 92명을 기준으로 보면 서울대 출신이 15명(16.3%)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연세대(8명, 8.7%), 카이스트(6명, 6.5%), 한양대(5명, 5.4%), 고려대·경희대(각 4명, 4.3%) 순이었다.
전공별로는 이공계 출신이 66명(71.7%)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상경계는 14명(15.2%), 인문계 5명(5.4%), 의약계 4명(4.3%), 기타 전공이 3명(3.3%)이었다. 이 결과는 기술 혁신 중심의 산업구조 변화가 창업 생태계의 주류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CEO스코어 관계자는 “최근 5년 사이 상장한 신생 기업들의 창업자 상당수가 IT·바이오·콘텐츠 등 기술과 창의력을 결합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며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전통 제조 중심에서 첨단 기술 기반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엔터테인먼트, 뷰티, 게임, 바이오 산업의 고성장이 창업자 자산 구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다만 자산 집중 현상에 따른 양극화와 신진 창업자 진입 장벽 완화 방안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CEO스코어는 향후 비상장 유니콘 기업 창업자의 지분가치 변동 추이와 함께 ‘포스트 상장 창업자 자산 이동 분석 보고서’를 추가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