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16일 감사원 국정감사가 여야의 거친 언쟁과 고성 속에 또다시 파행으로 치달았다. 이날 국감은 오전과 오후 두 차례 모두 중단되며 사실상 감사 기능을 상실했다.
이날 오전 국감은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등 범여권 의원들의 항의로 시작 24분 만에 중단됐다. 박 의원은 “보수 언론이 여당 의원들이 대법원 재판기록을 보겠다고 휘젓고 다닌다고 보도했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정보를 흘린 것 아니면 이렇게 기사가 나갈 리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의 언론 플레이가 분명하다”며 추미애 위원장에게 경고 조치를 요청했다.
추 위원장은 “법사위 국감을 지속적으로 방해한 국민의힘 교섭단체 소속 법사위원들에게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같은 일이 반복되면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야당 탄압”이라며 반발했고, 위원장은 오전 10시 40분께 감사를 중단한 뒤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이후 오전 11시 35분께 재개된 회의에서도 고성이 이어졌다. 추 위원장은 “일부 의원들이 언론을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위원장 명예를 훼손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무슨 사과를 하라는 것이냐”고 맞섰고, 곽규택 의원도 강하게 항의했다.
오후 국감은 불과 35분 만에 또다시 중단됐다.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추미애 위원장에 대한 곽규택 의원의 조롱 발언을 문제 삼으며 “곽 의원은 절대로 발언권을 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다.
최 의원은 “위원장은 여당의 방패막이가 아니라 국회를 대표하는 공식 기구의 수장”이라며 “곽 의원이 위원장에게 ‘뭐가 그렇게 꿀리세요’라고 조롱했다. 이런 인성이 결여된 언행을 한 사람에게 발언권을 주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정신을 차려라. 기본적으로 인성이 안 돼 있다”며 “절대로 곽규택 같은 인간에게 발언 기회를 줘선 안 된다. 이런 사람 때문에 국회 권위가 무너진다”고 격앙된 어조로 비판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한 여당 의원은 “이게 국회냐, 품격도 없다”고 외쳤고, 신동욱 의원은 “이런 진행은 가족회의에서 하라. 여긴 국감장”이라고 추 위원장을 겨냥했다.
결국 추 위원장은 오후 3시 25분께 “정상적인 감사 진행이 어렵다”며 “의석이 정돈될 때까지 감사를 중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법사위는 이번 주 들어서만 세 차례 이상 파행을 겪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정감사가 정책 검증의 장이 아니라 정쟁의 전장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감사원 국감이 여야의 감정싸움으로 얼룩지며 국민의 피로감만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