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표적으로 한 납치·감금·보이스피싱 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현지 범죄단지 ‘웬치’에 최근까지 세 차례 다녀온 50대 남성이 “실종자 대부분은 이미 살해돼 소각됐다”고 증언했다. 이 남성은 “피해가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며 연합뉴스TV 취재진에게 범죄 실태를 털어놓았다.
기초생활수급자이자 신용불량자인 A씨는 지난 8월 텔레그램을 통해 “통장을 며칠만 빌려주면 1천200만 원을 벌 수 있다”는 제안을 받고 캄보디아로 향했다. 제안을 건넨 이는 이른바 ‘장집’이라 불리는 모집 브로커였다.
A씨는 “보이스피싱 한다고 하면 아무도 안 가니까 속이는 방식으로 모집한다”며 “캄보디아에 가는 사람의 10%만 자발적이고, 나머지 90%는 한국인 모집책이 꼬셔서 끌려간다”고 말했다.
그는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 도착하자마자 현지 경찰의 묵인 아래 ‘웬치’로 불리는 범죄 단지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입구에서 경찰이 돈을 받고 통과시킨다. 100달러에서 150달러만 주면 아무 문제 없이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웬치’에는 수백 개의 불법 건물이 밀집해 있으며, 그 안에서는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 가상화폐 투자 사기 등이 자행되고 있다. 단지는 범죄 수준에 따라 ‘강·중·약’으로 구분되며, ‘강’ 구역에서는 인신매매와 폭행, 살인까지 이뤄진다고 했다.
A씨는 “돈 문제로 시비가 붙으면 실제로 사람을 죽인다”며 “TV에는 2명만 나왔지만 내가 아는 바로는 50명, 100명 넘게 죽었다. 실종자는 다 죽은 거다. 소각장에 사람을 태운다”고 충격적인 실상을 전했다.
그는 현지에 한국인만 최소 1천 명 이상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사람을 가장 좋은 손님이라고 부른다. 통장 한도 조작이 쉽고 돈 세탁이 용이하기 때문”이라며 “한국인 모집책들이 현지 조직과 결탁해 범죄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결국 범죄에 연루된 사실을 깨닫고 지난 15일 경찰에 자수했다. 그는 “돈 욕심에 잠시 눈이 멀었지만, 더 이상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경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A씨의 진술을 토대로 현지 범죄조직과의 연결고리를 추적하는 한편, 캄보디아 당국과 공조를 강화할 방침이다.
외교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한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며 “국민들은 절대 고수익 아르바이트나 통장 대여 제안에 현혹되지 말고, 캄보디아 여행·체류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