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취업자 수가 1년 7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하며 고용 시장에 "깜짝" 온기가 도는 듯한 모습이다. 국가데이터처가 17일 발표한 "2025년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915만 4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31만 2000명 늘었다. 이는 2024년 2월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으로, 연초부터 10만 명대에 머물던 증가세가 30만 명대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그러나 지표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번 취업자 수 증가는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 효과에 크게 기댄 서비스업이 사실상 전부를 이끌었다. 보건복지서비스업에서 11만 8000명, 전문과학기술업에서 10만 7000명, 정보통신업 7만 6000명 등 서비스업 전체에서 51만 8000개의 일자리가 늘었다. 소비쿠폰 사용처로 지목된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의 고용도 오랜 부진을 끊고 증가세로 돌아섰다.
반면 한국 경제의 허리인 제조업과 건설업의 한파는 더욱 거셌다. 제조업 취업자는 6만 1000명 줄어들며 1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가 계속되는 건설업 역시 8만 4000명이나 감소하며 17개월째 내리막길을 걸었다. 국가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산업들의 고용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다.
세대별 격차는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늘어난 일자리는 대부분 60세 이상의 고령층에 집중됐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38만 1000명 폭증하며 전체 증가분을 상회했다. 30대 취업자가 13만 3000명 늘며 선방했지만, 미래 세대인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오히려 14만 6000명이나 급감했다. 경제의 주축인 40대와 50대 일자리도 각각 4만 5000개, 1만 1000개씩 사라졌다. 청년과 중장년층이 고용 시장에서 밀려나는 동안, 고령층 중심의 단기 일자리가 전체 지표를 끌어올린 "고용의 착시"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고용의 질 또한 악화됐다. 직원을 둔 자영업자는 소폭 늘었지만, 직원이 없는 "나 홀로 사장님"은 8만 5000명 가까이 줄어들며 한계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보여줬다. 결국 9월 고용 시장은 정부 정책에 따른 서비스업 단기 일자리와 고령층 재취업이 떠받친 결과로, 제조업 침체와 청년층 고용 절벽이라는 구조적 문제는 더욱 깊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일시적인 부양책의 효과가 걷힌 이후에도 고용 시장이 스스로의 동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비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