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김건희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은 직후 극단적 선택을 한 경기 양평군청 공무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직권조사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고인이 남긴 메모에 특검의 강압수사를 시사하는 내용이 담겨 파문이 확산하는 가운데, 국가 인권 감독 기구가 직접 나서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여부를 들여다보기로 한 것이다.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특검 수사의 정당성과 신뢰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는 오늘(20일) 오후 열린 임시 전원위원회에서 '양평군청 공무원 A씨에 대한 인권침해 사건 직권조사' 안건을 표결에 부쳐 찬성 6명, 반대 2명으로 가결했다. 직권조사는 피해자의 진정 없이도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될 경우 인권위가 자체적으로 개시하는 조사 절차다. 이번 결정은 고인이 남긴 메모 등을 통해 제기된 강압, 회유, 심야조사 등 의혹의 실체를 규명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권위가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조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도 이뤄졌다. 당초 이 안건을 대표 발의했던 김용원 상임위원이 조사단장을 맡겠다고 주장했으나, 전원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따라 배제됐다. 김 위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로, 이번 사건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인권위는 국장급 직원을 단장으로 하는 조사팀을 꾸리고, 주심 위원은 김용직 위원으로 결정했다.
앞서 김건희 특검은 지난 2일,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당시 개발 부담금 업무 담당자였던 50대 공무원 A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다음 날 새벽까지 15시간에 가까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A씨는 조사 8일 만인 지난 1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현장에서는 "사실대로 말해도 거짓이라며 다그친다", "특정인의 지시에 따르라고 회유했다" 등 특검의 강압적 수사 정황이 담긴 자필 메모가 발견돼 파문이 일었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내부 점검 결과 강압이나 위법 수사 정황은 없었다"고 공식 부인하면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모든 수사 방식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겠다"고 한발 물러선 바 있다. 인권위의 직권조사가 개시됨에 따라, 향후 조사팀은 특검 관계자들을 상대로 심야조사의 적법성, 진술 강요 및 회유 여부, 피의자 인권 보호 규정 준수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독립기구인 특검을 상대로 또 다른 국가기관인 인권위가 조사에 나서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지면서, 이번 사건의 진실 규명을 둘러싼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