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의 조기 탈락으로 2026시즌 구상에 들어간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팀의 상징인 슈퍼스타 브라이스 하퍼를 트레이드할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퍼의 올 시즌 성적 부진과 막대한 잔여 계약 규모, 그리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한 구단 수뇌부의 발언이 맞물리면서 수년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트레이드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선수 본인이 가진 "전 구단 상대 트레이드 거부권"이 모든 논의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올 시즌 필라델피아의 포스트시즌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LA 다저스에 패하며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했던 팀의 조기 탈락에 데이브 돔브로스키 필라델피아 야구부문 사장은 "우승을 위해서라면 평소보다 더 많은 것을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며 오프시즌 동안 팀을 대대적으로 개편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의 발언 이후, 팀 내 최고 연봉자이자 간판스타인 하퍼가 개편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현지 언론을 중심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하퍼는 올 시즌 13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1, 27홈런, 75타점, OPS 0.844를 기록하며 이름값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다. 특히 가을야구 4경기에서는 타율 2할에 타점 없이 침묵하며 팀의 탈락을 막지 못했다. 미국 현지에서는 "하락세에 접어든 스타를 중심으로 우승팀을 꾸릴 수 있을까"라는 내부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퍼는 2019시즌을 앞두고 필라델피아와 13년 총액 3억 3천만 달러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현재 계약은 6년 1억 4,400만 달러(약 2,050억 원)가 남아있어, 팀의 연봉 유연성을 제한하는 재정적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필라델피아가 하퍼를 트레이드해 확보한 자금으로 취약점인 불펜을 집중 보강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유력한 행선지로는 공격력 보강이 시급한 뉴욕 양키스가 거론된다.
하지만 모든 트레이드 논의의 가장 큰 변수는 하퍼 본인의 의지다. 하퍼는 필라델피아와 계약할 당시, 팀에 대한 충성심을 보이며 옵트아웃(계약 파기 후 FA 선언) 조항을 빼는 대신 "전 구단 상대 트레이드 거부권"을 계약에 포함시켰다. 이는 필라델피아 구단이 하퍼의 동의 없이는 절대 그를 다른 팀으로 보낼 수 없다는 의미다. 결국 트레이드의 열쇠는 구단이 아닌 하퍼 자신이 쥐고 있는 셈이다. 슈퍼스타의 부진과 구단의 개편 의지가 맞물린 가운데,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충격적인 트레이드가 현실화될지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