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인 "건진법사" 전성배 씨의 불법 자금 의혹을 규명할 결정적 증거인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이 법무부와 대검찰청 간의 정면충돌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대검찰청이 자체 감찰을 통해 "실무상 과실"이라는 결론을 내렸으나, 법무부가 "수사가 미진하고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사실상 결과를 불신임하고 상설 특별검사 도입을 검토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오늘(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 감찰부는 최근 서울남부지검의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에 대한 수사 경과를 법무부에 보고했다. 대검은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12월 전 씨의 자택 압수수색 당시 확보된 5천만 원 상당의 한국은행 관봉권 띠지가 사라진 것은, 현장 수사관이 현금을 세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무상의 과실"일 뿐, 검찰 윗선의 조직적인 증거 은폐 지시나 고의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검찰 조직 차원의 의도적 증거인멸 의혹에 대해 선을 그은 것이다.
하지만 법무부는 대검의 이러한 자체 수사 결과로는 의혹을 규명하기에 명백한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관련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강한 불신을 바탕으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식 감찰이 아닌, 독립적인 상설 특검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원점에서 다시 규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의 수사 과정 자체를 다시 수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의 이러한 강경한 입장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관봉 사건 감찰 및 수사를 하고 있지만, 미진하다고 판단되면 저희가 상설 특검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는 대검의 감찰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이미 수사 결과에 대한 불신을 내비치며 특검 도입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이었다.
이번 "띠지 분실" 사건은 단순한 실무 실수를 넘어 "김건희 국정농단" 특검의 본류 수사를 방해한 중대 사안으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서울남부지검은 전 씨의 자택에서 5천만 원어치 100만 원권 관봉권을 포함한 거액의 현금다발을 확보했다. 이 관봉권 띠지는 돈의 출처와 인출자, 시점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결정적인 증거였다. 그러나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에서 띠지를 잃어버리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고, 결국 자금의 실체를 밝히지 못한 채 사건 기록을 "김건희 국정농단" 특검팀에 넘겨야 했다.
법무부가 사실상 검찰의 고의적 증거인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상설 특검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검찰 조직 내부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법무부의 요청으로 상설 특검이 현실화될 경우, 검찰의 수사 과정 자체를 특검이 수사하게 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지며 그 파장은 실무 수사관을 넘어 검찰 지휘부 전체로 확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