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1억 원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구체적인 의혹이 국정감사장에서 제기됐다. 서울경찰청의 압수수색 사실이 알려진 지 열흘 만에, 금품 전달 정황이 담긴 녹취와 입찰 취소를 둘러싼 협박 문자 의혹까지 공개되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강 회장은 의혹에 대해 즉답을 피하며 경찰 수사에서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강 회장을 둘러싼 뇌물수수 의혹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진보당 전종덕 의원은 강 회장이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총 1억 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는 서울 시내 벤츠 차량 안에서 5천만 원, 두 번째는 같은 해 12월 서울역 인근에서 5천만 원을 수수했다는 것이다. 돈을 건넨 인물로는 하나로마트에 경비 및 미화 인력을 공급하는 용역업체 대표 이 모 씨가 지목됐다. 전 의원의 직접적인 질문에 강 회장은 "경찰에 가서 설명드리겠다"며 확인을 거부했다.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도 공개됐다. 이 대표의 지인이 녹음한 통화 내용에는 이 대표가 "(강 회장에게) 전화해서 '왜 돈을 받았으면 고맙다는 얘기를 안 하냐'고 따졌다"는 취지의 발언이 담겨 있었다. 녹취 속 지인은 강 회장이 이에 "아차차 형님, 연락할 겁니다"라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금품 수수 사실을 강 회장 스스로 인정한 정황으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금품 전달 의혹은 농협의 입찰 과정과 맞물리면서 더욱 증폭됐다.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은 지난해 10월 25일, 나라장터에 '2025년도 하나로마트 경비·미화' 용역에 대한 경쟁입찰 공고가 게시된 사실을 지적했다. 임 의원은 이 공고 직후 이 대표가 강 회장에게 "'나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다. 회장님은 지킬 게 많으시죠?'라는 협박성 문자를 보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공교롭게도 해당 입찰 공고는 문자가 발송된 것으로 추정되는 다음 날인 10월 26일, "발주처 내부 사정"이라는 이유로 돌연 취소됐다. 강 회장은 이 취소 사유에 대해 "이번 (국감 준비 과정에서) 알았다"고 답했다.
농협중앙회 측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카더라'식 녹취"라며 내용을 부인하고 "경찰 수사를 통해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농협중앙회장은 단순한 민간 기업 대표가 아니다. 2007년 정대근 전 농협회장의 뇌물수수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 농협중앙회장은 형법상 뇌물죄 적용에 있어 공무원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만약 금품 수수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강 회장은 중형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15일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의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강호동 회장의 뇌물수수 의혹 수사는 국정감사장에서 구체적인 정황들이 공개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강 회장이 경찰 조사에서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그리고 수사를 통해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