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9월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안보실장 등 최고위급 안보 라인에 대한 1심 재판이 기소된 지 약 3년 만에 변론 종결을 앞두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오는 11월 5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의 직무유기 등 혐의 사건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날 검찰의 최종 의견 진술과 구형량 요청, 그리고 피고인들의 최후 진술이 이루어지면 재판부는 변론을 공식적으로 종결하게 된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22년 12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첩보를 삭제하거나 왜곡하여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 등으로 당시 안보 정책을 총괄했던 핵심 인사들을 일괄 기소했다. 기소된 피고인은 서훈 전 실장과 박지원 전 원장을 비롯해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 등 5명이다.
이들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살되고 시신이 소각된 정황을 인지하고도, 관련 첩보를 삭제하거나 "자진 월북"으로 결론을 유도하는 등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고 왜곡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서훈 전 실장에게는 첩보 삭제 지시(직권남용) 혐의가, 박지원 전 원장과 서욱 전 장관 등에게는 관련 첩보 보고서를 무단 삭제한(공용전자기록등손상) 혐의 등이 적용됐다.
2022년 말 기소 이후 현재까지 약 3년 가까운 기간 동안 60여 차례에 걸친 재판이 진행됐으나, 심리 과정은 대부분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통령기록물과 군사기밀 2급에 해당하는 다수의 자료가 증거로 다뤄지는 재판의 특성상, 국가안보와 군사기밀 유출의 우려가 크다고 판단하여 대부분의 심리를 비공개로 진행해왔다. 이로 인해 재판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증거가 제시되고 어떠한 공방이 오갔는지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달 5일 열릴 결심 공판은 이러한 비공개 기조와 달리 공개 재판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재판부는 검찰이 피고인들에게 구체적인 형량을 요청하는 "구형" 절차와, 피고인들이 혐의에 대한 입장을 최종적으로 밝히는 "최후진술" 과정을 공개 법정에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 3년간 비공개 속에서 진행된 재판의 핵심 쟁점과 양측의 최종 입장이 처음으로 대중에게 드러날 전망이다.
재판부가 이날 변론을 종결하면, 법리 검토와 판결문 작성 등 선고를 위한 숙고 기간에 들어가게 된다. 1심 선고 기일은 통상 결심 공판 이후 약 한 달 뒤에 지정되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르면 올해 안에 이번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첫 번째 판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