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셋의 나이로 세계 배드민턴 여자단식 정상에 선 "셔틀콕 여제" 안세영이 또 하나의 위대한 기록에 도전한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지난 26일 프랑스 세송세비녜에서 막을 내린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프랑스오픈 결승전에서 세계 2위 왕즈이(중국)를 압도했다. 그는 경기 시작 42분 만에 2-0(21-13 21-7) 완승을 거두며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한 안세영은 이로써 2019년 첫 우승을 포함해 프랑스오픈에서 통산 3회 우승을 차지한 최초의 여자 선수가 되는 영예도 안았다.
이번 프랑스오픈 타이틀 획득으로 안세영은 2025년 시즌에만 무려 9번째 국제 대회 정상에 올랐다. 올해 출전한 12개 대회에서 9차례 우승하는 경이적인 승률이다. 그의 우승 행진은 1월 말레이시아오픈을 시작으로 인도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 전영오픈, 인도네시아오픈, 일본오픈, 중국 마스터스 대회까지 쉼 없이 이어졌다. 지난 9월 안방에서 열린 코리아오픈 결승에서 숙적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에게 일격을 당하며 잠시 숨을 골랐으나, 10월 덴마크오픈에 이어 프랑스오픈까지 연속으로 제패하며 다시금 세계 최강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역대급 시즌을 써 내려가고 있는 안세영의 시선은 이제 배드민턴 역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을 향하고 있다. 프랑스오픈 우승 직후 BWF는 "2025년 9번째 우승을 차지한 올림픽 챔피언은 이제 모모타 겐토가 세운 단일 시즌 최다 우승(11승)에 더욱 가까워졌다"고 집중 조명했다. 일본 남자 배드민턴의 간판스타였던 모모타 겐토는 지난 2019년 한 해에만 국제대회 11회 우승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이는 현재까지 남녀 단식을 통틀어 깨지지 않고 있는 단일 시즌 최다 우승 기록이다.
안세영에게는 올 시즌 두 차례의 기회가 남아있다. 오는 11월 열리는 호주오픈(슈퍼500)과 12월 중국 항저우에서 개최되는 BWF 월드투어 파이널스다. 만약 안세영이 남은 두 대회에서 모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면, 모모타 겐토의 대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안세영이 11월 호주오픈에 출전하는 배경도 주목된다. 호주오픈은 슈퍼 1000이나 750 시리즈보다 등급과 상금 규모가 작은 대회다. 이미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안세영이 이 대회에 나서는 것은 BWF의 "의무 출전 규정" 때문이다. 대한배드민턴협회 관계자는 "안세영은 BWF가 지정하는 '톱 커미티드 선수(Top Committed Player)'에 해당한다"고 소개했다. 이 규정은 대회의 권위와 팬 서비스 등을 위해 최상위 랭커들에게 일정 수준의 헌신을 요구하는 장치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슈퍼 1000과 750 대회는 전부 참가해야 하고, 슈퍼 500 토너먼트도 한 시즌에 2개 대회는 나서야 한다"며 "안세영이 올해 슈퍼 500 대회에 코리아오픈 하나만 참가했기 때문에 이번 호주오픈에 의무적으로 출전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안세영이 호주오픈에서 정상에 올라 시즌 10승(V10)을 달성한다면, 자신이 2023년에 작성했던 여자단식 한 시즌 최다 우승 기록(9회)을 스스로 뛰어넘게 된다. 그리고 대기록 달성의 마지막 무대는 시즌 최종전인 월드투어 파이널스다. 이 대회는 5개 종목에서 한 해 동안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둔 상위 8명(팀)만이 격돌하는 "왕중왕전" 성격의 대회다. 안세영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조별리그 2차전 패배 후 준결승에서 왕즈이에 완패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올 시즌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역대급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만큼, '왕중왕' 등극과 동시에 최다 우승 타이기록이라는 화려한 마침표를 찍을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