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1심 판결에 대한 검찰의 항소 포기 결정이 조직 내부의 전례 없는 집단 반발을 촉발하며 대형 위기로 비화하고 있다. 항소 포기 시한 직전 전격적으로 내려진 해당 결정 이후, 일선 수사 및 공판팀의 반발을 시작으로 평검사, 부장검사, 검사장급 지휘부에 이르기까지 전 계층에서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결정 경위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거취 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태의 정점에 선 노 대행은 결국 11일 하루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으며, 사실상 사퇴 압박 속에 심사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중앙지검 수사 및 공판팀은 1심 판결에서 일부 무죄가 선고된 혐의에 대해 사실 오인과 양형 부당 등 상급심의 판단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을 만장일치로 모았다. 특히 재판부가 “정확한 손해액 산정이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검찰이 추산한 7886억 원대 부당이득 환수(추징)를 대부분 불허하고 약 473억 원만 인정한 부분에 대한 법리적 다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항소 마감 시한이 임박한 시점에 대검찰청 지휘부에서 항소 금지 지시가 내려오면서 항소장 제출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8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하며 “대검의 지시를 수용했지만 중앙지검의 의견이 달랐음을 명확히 한다”고 밝혀 노만석 총장 권한대행 측의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친 결정”이라는 해명과 상반되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로 인해 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법무부 외압 의혹이 수면 위로 급부상했으며, 검찰의 공소유지 의무 포기라는 비판이 조직 내외에서 제기되고 있다.
검찰 내부의 반발은 평검사부터 고위 지휘부까지 아우르는 ‘검란’(檢亂) 수준으로 확산하고 있다. 대검 소속 검찰연구관들은 9일 회의를 열고 “이번 항소 포기 결정은 검찰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인 공소유지 의무를 스스로 포기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거취 표명을 포함한 합당한 책임을 다할 것을 노 대행에게 요구하는 입장문을 전달했다. 이어서 부장검사급인 대검 과장들과 참모진인 대검 부장(검사장급)들 사이에서도 노 대행에게 용퇴를 구두로 전달하거나 경위 설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더욱이 박재억 수원지검장 등 전국 일선 검사장 18명과 지청장 8명 역시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를 통해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의 1심 일부 무죄 판결에 대한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두고 온 나라가 큰 논란에 휩싸였다”고 우려를 표하며, “항소 포기 지시에 이른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요청한다”는 취지의 집단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대검 수뇌부를 향한 매우 이례적인 집단적 항명으로 평가되며, 검찰 조직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만석 권한대행은 앞서 “일선 청의 보고를 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으나, 구체적인 법리적 이유가 결여되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또한 항소 포기 결정 과정에서 법무부의 의견이 참고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부의 부당한 외압에 대한 의혹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의견을 전달했을 뿐이라며 외압 의혹을 부인하고 일부 피고인에 대해 구형보다 높은 형이 선고된 점을 들어 “성공한 수사이자 성공한 재판”이었다고 평가했으나, 수사팀은 항소 포기로 인해 민간업자들의 수천억 원대 범죄수익 환수가 사실상 막히게 되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피고인들은 자신들이 항소한 부분에 대해서만 심리를 받게 되며, 검찰이 불복했던 일부 무죄 부분은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사실상 유죄로 뒤집힐 가능성이 사라졌다. 이는 곧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상급심 판단 기회를 검찰 스스로 포기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더불어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되면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내부 갈등을 넘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및 형사사법 시스템의 훼손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으며, 노 권한대행의 거취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