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국무회의에서 당시 최대 현안이었던 정부조직개편안 논의 과정에서 "검찰의 정치화"를 단절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동시에, 이와 관련된 개편 논의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문한 사실이 12일 공개된 국무회의 회의록을 통해 확인되었다.
정부가 오늘(12일) 공개한 8월 29일 자 국무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비공개 회의 도중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행정안전부 산하에 둘지 법무부 산하에 둘지를 두고 논란이 불거진 상황을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마치 샅바싸움을 하듯 '법무부냐 행안부냐' 논쟁하거나, 행안부 산하에 두자고 주장하는 사람을 나쁜 사람인 것처럼 얘기하기도 하던데 그러면 안 된다"고 지적하며, 단순히 주체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중심으로 토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법무부나 행안부 산하에 중수청을 뒀을 때 예상되는 문제점과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두고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당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중수청을 행안부에 둘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을 언급하며 법무부 산하에 두는 의견에 무게를 실었다. 정 장관은 "어떻게 제도를 설계하더라도 강력한 독재자가 나와서 (수사기관을) 맡게 되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대통령은 행정권의 일부인 수사권에 대해서도 방향을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어 법무부 장관의 지휘 구조가 단절되면, "중수청장으로 이상한 자가 나타나 자기 멋대로 할 경우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며 통제력 상실 문제를 우려했다.
정 장관의 발언에 대해 이 대통령은 "독재자가 나타나 나쁜 짓을 하면 시스템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은 옳은 얘기다. 이 같은 문제를 더 쉽게 초래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검찰의 정치화'였다"며 정 장관의 지적에 공감하면서도, "일단 이를 단절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강조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개혁의 과정에서 국민적 동의와 신뢰 확보의 중요성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문제는 그 얘기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국민이 보는 곳에서 합리적으로 논쟁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토론 말미에는 조원철 법제처장이 현재의 논란이 합리적인 토론이 되기 어려운 상황임을 지적하며, 법무부 내 검찰의 역할 축소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조 처장은 "'한번 검사는 영원한 검사'라는 말이 있고, 저도 (이런 분위기를) 많이 느꼈다"며, "검사들이 법무부를 장악하는 것을 일단 막아야 한다. 이를 '법무부의 문민화'라고도 할 수 있는데, 법무부에서 검사의 역할을 검찰국 정도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검찰 개혁의 근본적인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번 회의록 공개는 검찰 개혁을 둘러싼 정부 내부의 심도 있는 논의와 대통령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