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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환자, 치료의 대상 아닌 권리의 주체” ‘환자기본법’ 복지위 법안소위 통과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 입력 26-03-11 22:26



오랫동안 한국 의료체계에서 환자는 ‘치료의 대상’으로 존재해 왔다. 병원의 구조 속에서 환자는 진료를 받는 객체였고, 의료 결정의 중심에는 의료기관과 전문가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환자를 단순한 치료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규정하려는 제도적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최근 ‘환자기본법’ 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한국 의료 패러다임의 중요한 전환점이 마련됐다. 

법안이 향후 전체회의와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환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최초의 종합적 기본법이 탄생하게 된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명확하다.

환자를 의료의 수동적 대상이 아니라 자기 건강과 치료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가진 시민적 주체로 인정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환자의 권리는 개별 의료법이나 생명윤리 관련 법률 속에 부분적으로 흩어져 있었다. 

진료기록 열람권, 설명 의무, 동의권 등 일부 조항은 존재했지만 이를 통합적으로 보장하는 체계적인 기본법은 없었다.

환자기본법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해 환자의 권리를 포괄적으로 규정한다.
대표적으로 법안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겼다.

첫째, 환자의 알 권리와 자기결정권 강화다.환자는 자신의 질병 상태와 치료 방법, 위험성, 대체 치료 방법 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으며, 치료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

둘째, 환자 존엄성과 인권 보호다.
의료기관은 환자의 인격과 사생활을 존중해야 하며 차별 없이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셋째, 환자 참여형 의료체계 구축이다.
의료 정책 수립 과정에서 환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환자단체의 역할을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방향도 포함됐다.

넷째, 환자 안전과 권리 침해 구제 시스템 강화다.
환자 피해 발생 시 상담과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국가가 환자 권리 보호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안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단순히 환자 권리를 선언하는 데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의료의 오래된 구조, 즉 “의사가 결정하고 환자는 따르는” 권위적 의료문화를 제도적으로 바꾸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현대 의료는 더 이상 의료진 중심의 구조만으로 유지될 수 없다.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 의료기술의 발전 속에서 환자는 자신의 치료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존재가 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의료 패러다임은 이미 바뀌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환자 중심 의료(Patient-centered care)’가 보건의료 정책의 핵심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의료서비스의 목적은 질병 치료만이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과 존엄을 보호하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 역시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환자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특히 의료 분쟁 증가와 환자 안전 문제는 환자 권리 체계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환자 권리가 명확히 규정될수록 의료진 역시 법적 기준 속에서 안정적으로 진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에도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다.

물론 법 제정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환자 권리 강화가 의료 현장에서 또 다른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의료진과 환자 간 신뢰 구축, 합리적 제도 설계, 현실적 운영 방안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결국 의료는 기술 이전에 사람의 문제다.
병원은 치료의 공간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존엄이 지켜져야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환자기본법은 그 단순한 사실을 법률로 확인하려는 시도다.

환자가 더 이상 병상의 번호가 아니라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 의료체계 안에 서게 되는 것.
이번 법안이 통과된다면, 한국 의료는 비로소

“치료 중심 의료”에서 “사람 중심 의료”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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