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차기 사령탑 선임 작업이 시작되면서 국내외 후보군을 둘러싼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홍명보 전 감독이 물러난 가운데, 대한축구협회는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를 열고 후임 감독 선임 방향을 논의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3일 첫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를 열어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 방향과 향후 대표팀 운영 방안을 검토했다. 협회는 대표팀 운영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추가 회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2027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준비와 하반기 A매치 일정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표팀 감독 자리는 홍명보 전 감독의 사퇴 이후 공석이다. 홍 전 감독은 지난달 29일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초 계약 기간은 2027년 1월 아시안컵까지였지만,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대표팀을 떠났다.
차기 감독 선임을 둘러싼 핵심 기준은 크게 네 가지로 압축된다. 국제 경쟁력, 월드컵 이후 대표팀 재정비 능력, 2027 아시안컵 준비, 축구협회 선임 절차에 대한 신뢰 회복이다. 단순히 이름값이 높은 지도자를 찾는 문제가 아니라, 대표팀 운영 철학과 선수단 세대교체를 동시에 감당할 인물을 골라야 하는 상황이다.
온라인과 축구계 안팎에서는 신태용, 김판곤, 거스 포옛, 황선홍, 다비드 바그너, 이정효 감독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 명단은 대한축구협회의 공식 발표가 아니라 현재 여론과 축구계에서 거론되는 예상 후보군이다. 협회가 최종 후보 명단을 공개하거나 협상 사실을 확인한 단계는 아니다.
신태용 감독은 대표팀 경험이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한국 대표팀과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지휘하며 국제대회 경험을 쌓았고, 선수단 분위기 장악과 단기 대회 운영 능력에서 강점을 보였다는 평가가 있다. 다만 다시 대표팀을 맡을 경우 이전 체제와의 차별화, 전술적 보완, 선수단 재구성 방향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김판곤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과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을 거친 인물이다. 감독 선임 시스템과 대표팀 행정을 모두 경험했다는 점에서 조직 이해도가 높다. FIFA는 김 감독이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이끈 시기 인터뷰에서 축구 철학과 대표팀 운영 방향을 소개한 바 있다.
거스 포옛 감독은 유럽 무대 경험을 갖춘 외국인 지도자로 거론된다. 국가대표와 클럽을 모두 경험한 지도자라는 점에서 전술적 유연성과 국제 경험이 장점으로 언급된다. 다만 외국인 감독 선임은 적응 기간과 코칭스태프 구성, K리그와 국내 선수 파악 속도가 변수가 될 수 있다.
황선홍 감독은 연령별 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을 이끌며 국내 선수층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지도자다. 국내 선수 파악과 소통 능력은 강점으로 꼽히지만, A대표팀 감독으로서 국제무대에서 어떤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검증 과제로 남는다.
다비드 바그너 감독은 독일계 지도자로 유럽 리그 경험을 갖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압박과 팀 리빌딩 측면에서 장점이 거론되지만, 한국 대표팀 환경과 아시아 예선, 아시안컵 특성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정효 감독은 K리그에서 전술 색채를 분명히 보여준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젊은 지도자라는 점과 빌드업, 압박 전술에서 새로운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반면 대표팀 운영은 클럽과 달리 소집 기간이 짧고, 국제대회 경험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부담도 크다.
축구협회가 이번 선임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은 절차 논란이다. 홍명보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 협회 행정에 대한 비판이 컸던 만큼, 차기 감독 선임은 후보 검증과 결정 과정의 투명성이 함께 요구된다. 협회가 어떤 기준으로 후보를 압축하고, 어떤 권한 구조로 최종 결정을 내릴지가 선임 결과만큼 중요한 문제가 됐다.
대표팀은 감독 선임 이후 곧바로 재정비에 들어가야 한다. 월드컵 실패 이후 선수단 분위기를 추스르고, 2027 아시안컵을 준비해야 한다. 기존 주축 선수 활용, 세대교체 폭, 유럽파와 K리그 선수 조합, 전술 방향까지 새 감독이 짧은 시간 안에 정리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이번 감독 선임은 단순한 후임 인선이 아니다. 월드컵 실패 이후 한국 축구가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정리하고 다시 출발할지 보여주는 첫 절차다. 대한축구협회가 후보군의 이름값보다 선임 기준과 검증 과정을 먼저 공개할 수 있을지가 대표팀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