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멤버 진에게 팬 이벤트 중 기습적으로 키스를 한 혐의로 한국에서 재판을 앞둔 50대 일본인 여성을 두고, 일본 현지 법조계가 “강제추행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평가를 내놨다. 팬심에서 비롯된 행동이라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한국 형법 체계상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일본 법률 매체 ‘벤고시닷컴’은 19일 오구라 마사히로 변호사의 의견을 인용해 “한국 영역 내에서 발생한 범죄는 국적을 불문하고 한국 형법의 적용을 받는다”며 “이번 사건은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는 방향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도했다. 그는 범죄 행위가 외국인에 의한 것이라도 한국 형법 제2조에 따라 예외 없이 적용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구라 변호사는 이어 한국 형법 298조의 규정을 언급하며 “폭행 또는 협박을 수반한 추행은 최대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행위자가 범죄가 아니라고 믿었다고 주장하더라도,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면책 사유가 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사건은 지난해 6월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팬 한정 행사 ‘프리허그’에서 발생했다. 팬들이 진과 차례로 포옹을 나누는 순서였으나, 일본 국적의 50대 여성 A씨는 포옹 과정에서 갑자기 진의 볼에 입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장면은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으로도 일부 전파됐다.
경찰은 국민신문고 고발을 통해 수사에 착수했으나 A씨가 일본에 머물며 출석이 지연되자 한 차례 수사를 중지했다. 이후 A씨가 직접 한국에 입국해 조사에 응하면서 재수사가 진행됐고, 사건은 올해 5월 검찰에 송치됐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12일 A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이게 범죄가 될 줄 몰랐다”며 억울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 이벤트라는 상황적 특수성을 이유로 들며 단순한 팬심의 표현이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은 셈이다. 그러나 일본 변호사를 포함한 법조계는 이러한 주장이 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한국 형법 16조는 ‘행위가 법령에 의해 죄가 되지 않는다고 오인한 경우,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근거가 요구된다. 오구라 변호사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신체 접촉, 특히 키스는 사회 통념상 명확한 추행에 해당한다”며 “이를 범죄가 아니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를 찾기는 매우 어렵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K-pop 팬 이벤트의 특수성과 연예인의 신체 접촉을 둘러싼 경계 문제를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글로벌 팬 문화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각 나라의 법적 기준 차이가 발생할 경우 유사 사건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씨에 대한 재판은 향후 한국 사법기관의 판단을 통해 마무리될 예정이다. 법조계는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과 형법 구조를 볼 때 실형보다는 벌금형 가능성이 높지만, 유죄 판단 자체는 어렵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