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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50대 가장의 무게"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 입력 25-11-22 11:10



서울에 자가를 보유하고 대기업에 재직 중인 중년 남성, 이른바 ‘김 부장’으로 상징되는 계층은 한국 사회에서 성공의 표준처럼 소비돼 왔다. 그러나 이 표면적 성공을 유지하기 위해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현실적 부담은 사회적 논의의 장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있다. 50대 가장의 삶을 둘러싼 구조적 압박은 개인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문제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주거 안정은 성취이자 동시에 불안 요인이다. 서울 자가 보유는 자산 가치 측면에서 우위가 있지만, 금리 변동과 세금, 경기 침체에 따른 유동성 압박까지 고려하면 안정이 곧 부담으로 전환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과거에는 ‘내 집 마련’이 종착점이었다면, 지금은 유지 관리와 자산 방어가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 부동산을 보유한 중산층이 안정을 누리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 내 위치 또한 겉과 속이 다르다. 대기업 부장은 화려한 직함처럼 보이지만, 조직 구조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는 현실 속에서 가장 취약한 연령대에 놓여 있다. 후배 세대와의 일하는 방식의 차이, 실적 중심 인사평가, 연령 대비 급여 부담 등은 중년 직장인을 구조조정 위험의 최전선에 세우고 있다. 사회는 그들을 ‘안정된 계층’으로 분류하지만, 본인의 시각에서 보면 오히려 가장 불안정한 위치다.

가정에서도 역할의 긴장은 지속된다. 자녀 교육·취업·결혼 등 경제적 지원 요구는 여전히 크고, 고령의 부모 부양이 병행되는 경우도 많다. ‘샌드위치 세대’로 불리는 이유다. 가정의 중심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책임 의식은 심리적 압박으로 이어지며, 결과적으로 감정 소진과 만성적 불안을 초래하기도 한다. 중요한 점은 이 부담이 개인적 선택이 아니라 시대적 사회구조가 형성한 결과라는 사실이다.

문제의 핵심은 사회가 ‘김 부장’이라는 상징 속에 과거적 성공 모델을 투영하며 여전히 그 틀을 유지하고 있다는 데 있다. 노력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는 성공 신화를 기반으로 한 이상적 가장 모델은 변화된 시대 상황과 맞지 않는다. 그러나 구조는 바뀌지 않았고, 그 안에서 개인만이 버티기를 강요받고 있다.

한국 사회가 중년 가장에게 요구해 온 ‘완벽한 책임 수행’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개인의 성취를 넘어 사회적 안전망과 역할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산층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가장의 책임을 무한 확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계·기업·국가가 책임을 분담하는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

김 부장은 실패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사회 구조가 만든 긴장 위에서 묵묵히 버티고 있는 사람이다. 그 개인의 무게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순간, 사회는 또 다른 중년 한 사람의 소진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서울 자가, 대기업 부장이라는 외피보다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의 삶이 지탱되고 있는 구조가 지속 가능한가의 문제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지 않는 한 이 사회의 ‘성공의 표준’은 더 이상 미래 세대의 희망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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