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군의 한 물류회사에서 총 1,050원 상당의 과자 두 개를 취식했다는 이유로 절도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보안업체 직원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사소한 간식 취식이 범죄로 비화하며 "현대판 장발장" 사건으로 불리며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 이 사안은, 항소심의 무죄 판결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전주지방법원 제3형사부는 절도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씨에게 벌금 5만 원을 선고했던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A씨가 냉장고 안의 과자를 꺼내 먹을 당시 피해자(물류회사 측)의 현실적인 승낙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A씨에게 처음부터 피해자 의사에 반하여 과자를 훔치겠다는 "절도의 고의", 즉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명확히 판시했다. 이는 형사 재판에서 유죄를 입증하기 위한 핵심 요소인 '범죄 의사'가 부족하다고 본 판단이다.
사건의 쟁점은 물류회사 소속 직원들이 탁송 기사들을 위해 준비해 둔 간식을 하청 보안업체 소속 직원이 취식한 행위가 과연 절도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해당 물류회사 사무실 내부에 비치된 냉장고 안의 과자들은 주로 새벽 시간대 근무하는 탁송 기사들의 편의를 위해 사무직원들이 마련해 둔 것이었다. A씨는 하청 보안업체 직원으로, 새벽에 사무실 문을 열어주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재판 과정에서는 A씨의 행위가 단순한 호의적 관행의 연장선상에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증언과 진술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법정에 출석한 한 탁송 기사는 "새벽마다 일찍 문을 열어주는 보안업체 직원들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과자를 가져다 먹으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또한 수사 단계에서 제출된 A씨의 동료 직원 39명의 진술서 역시 무죄의 근거로 강력하게 제시되었다. 이들 동료는 한결같이 "탁송 기사들이 '배고프면 간식을 가져다 먹으라'는 말을 했었다",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 보안업체 직원들이 과자를 먹는 것에 대해 아무런 문제 제기도 없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이들 동료가 A씨와 마찬가지로 절도 혐의로 조사받을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진술서를 제출한 점에 비추어 볼 때, 그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배척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즉, 수십 년간 상호 호의에 기반하여 이루어져 온 묵시적 승낙의 관행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높게 인정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A씨가 과거 클럽에서 휴대전화를 훔쳐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고, 만취 상태에서 경찰 승합차를 착각해 운전하여 벌금 5백만 원을 선고받는 등 동종 전력이 있어 이번 사건에서도 선처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과거의 전력과 별개로, 이번 "초코파이 사건"에서만큼은 A씨에게 타인의 재물을 훔치려는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하며 오로지 해당 사건의 사실관계와 증거를 중심으로 판결을 내렸다.
앞서 이 사건은 1심에서 벌금 5만 원이 선고된 이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논란이 커지자 전주지방검찰청은 검찰시민위원회에 사건을 회부했고,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재판부에 선고유예를 구형하기도 했다. 이는 법적 판단에 앞서 국민의 상식과 일반적인 정서를 고려하려는 검찰의 노력이었다.
무죄 판결을 선고받은 A씨는 "자신을 비롯해 동료 직원들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게 되어 다행스럽고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한 상호 호의가 바탕이 된 수십 년간의 관행이 한순간에 범죄로 규정된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며, 그동안 "치욕스럽고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고 그간의 심경을 토로했다. 이번 무죄 판결로 A씨는 벌금형으로 인해 위태로웠던 보안업체 직원으로서의 일자리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사소한 일이라도 사회적 관행과 맥락을 무시하고 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조리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