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이른바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일부 보도에 대해 11일 공식적으로 부인하며 강력히 반박하고 나섰다. 정 장관은 입장문을 통해 해당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의 만남은 야인 시절 단 한 차례였으며, 금품 수수 등 어떠한 부적절한 행위도 없었음을 명확히 했다.
이번 의혹은 김건희 특검팀이 전날 윤 전 본부장에게 김 여사에게 통일교 현안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전달한 혐의로 징역 4년을 구형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확산되었다.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윤 전 본부장과 정치인들의 접촉 사실이 일부 언급된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은 윤 전 본부장과의 만남 시점과 배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2021년 9월 30일, 고교 동창 김희수 씨(평화통일지도자 전북협의회 회장) 등 친구 7~8명과 함께 승합차로 강원도 여행을 다녀오던 중 동행자의 제안으로 가평 천정궁 통일교 본부를 잠시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일행이 천정궁을 구경하는 동안 통일교 관계자의 안내로 천정궁 커피숍에서 윤 전 본부장과 3명이 앉아 10분가량 통상적인 통일 관련 얘기를 나누는 차담을 가졌다"고 부연했다. 당시 정 장관은 국회의원이나 공직에 있지 않은 야인 신분이었다.
정 장관은 "당시 윤영호 씨를 처음 만났으며 그 뒤 연락을 주고받거나 만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으며, 통일교 한학자 총재와도 일체 면식이 없다고 밝히며 만남 의혹을 함께 부인했다. 그는 30년 정치 인생에서 단 한 차례도 금품 관련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적이 없다는 점을 긍지로 여겨왔음을 피력하며, "근거 없는 낭설로 명예를 훼손한 일부 언론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정 장관과 함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보도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나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지만,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 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밝히며 사퇴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통일교와 여야 정치인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 '여야 불문 엄정 수사'를 지시하고, 지난 2일과 9일 국무회의에서 종교의 정치 개입 부당함을 질타하며 종교재단의 '해산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