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 영장 집행을 방해하고 직권을 남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는 1월 16일 선고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이 직면한 8개의 재판 중 첫 번째 법적 판단으로, 재판부는 대통령의 권한 남용과 법질서 경시 태도를 엄중히 질타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선고 직후 입장문을 통해 이번 판결이 사실과 법리에 기초한 것이 아닌 정치적 논리에 치우친 결정이라며 재판부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변호인단은 법관의 판단이 사회적 분위기나 파장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며, 사법부의 독립성과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증거와 법률에 따라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유죄 판결이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 행사와 형사 책임의 경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대통령경호처 인력을 동원해 자신에 대한 공수처의 체포 영장 집행을 물리적으로 저지한 행위를 특수공무집행방해로 판단했다. 또한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일부 국무위원에게만 소집을 통보해 나머지 위원들의 심의권을 침해한 행위(직권남용)와 사후에 허위 선포문을 작성 및 폐기한 행위(허위공문서 작성) 등에 대해서도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통령이 사적 이익을 위해 국가 공무원을 사병화하고 헌법 절차를 위반했다고 적시했다.
변호인단은 이러한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사법부의 본질인 불편부당함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이런 논리가 유지된다면 향후 어떤 통치권자도 위기 상황에서 결단을 내릴 수 없게 되고, 모든 통치 행위가 사후적으로 범죄로 재구성될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재판부가 내란 특검팀의 일방적인 주장을 수용하면서 방어권을 침해했다는 점을 들어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다.
이번 판결은 향후 예정된 다른 재판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윤 전 대통령은 현재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비롯해 평양 무인기 침투 관련 외환죄, 정치자금법 위반 등 총 7개의 재판을 추가로 앞두고 있다. 특히 사형이 구형된 내란죄 1심 선고가 오는 2월로 예정되어 있어, 이번 징역 5년 선고는 향후 사법 리스크의 서막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치권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당연한 결과라며 환영의 뜻을 밝히고, 내란죄 등 남은 재판에서도 엄중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여권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판결이 가져올 정치적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변호인단은 다음 주 중 항소장을 제출하고 2심에서 법리적 오류를 바로잡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항소심을 담당할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의 구성과 운영 방식을 두고 위헌성 문제를 제기하며 재판 출석 거부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어, 향후 상급심 과정에서도 재판부와 피고인 측의 날 선 대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