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서울 외환시장에서 다시 1480원 선을 넘어서며 외환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21일 개장 직후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2.3원 오른 1480.4원에 거래를 시작하며 한 달 만에 심리적 마지노선인 1480원을 돌파했다. 이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잇따른 구두 개입과 시장 안정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원화 약세 압력이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환율 급등의 배경으로는 크게 세 가지 구조적 요인이 지목된다. 첫째는 역대 최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다. 미국의 기준금리(3.75%)가 한국(2.5%)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수익률이 높은 달러 자산으로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서학개미로 불리는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액이 사상 처음으로 250조 원을 돌파하는 등 해외 투자 수요가 환율을 밀어 올리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둘째는 국내 시장의 과도한 유동성 문제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광의통화(M2) 비율은 153.8%로, 미국의 71.4%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실물 경제 규모에 비해 시중에 풀린 돈이 너무 많아 원화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셋째는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에 대한 우려다. 고령화와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 그리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맞물리며 원화 자산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환 당국은 시장의 수급 쏠림 현상을 주시하며 전방위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민연금과 한국은행 간의 외환 스와프를 연장해 시장의 달러 수요를 억제하고, 수출 업체들에 외환 매각을 독려하고 있으나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의 고환율을 잡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가계부채 부담과 내수 부진 우려로 인해 통화 당국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현재의 환율 수준이 경제 펀더멘털(기초 여건)로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와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금리 인상을 통한 대응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당분간 외환 시장은 1500원 선 돌파 여부를 가늠하는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어, 향후 정부가 내놓을 추가적인 외환 시장 안정화 대책의 실효성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