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오는 1월 22일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하 AI 기본법)을 전격 시행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국가 단위의 AI 법체계를 가동한다. 이는 법안을 먼저 통과시킨 유럽연합(EU)보다도 빠른 전면 시행 사례로, 한국은 글로벌 AI 규제와 진흥의 흐름을 주도하는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법 시행을 하루 앞둔 21일 설명회를 통해 이번 법안이 산업 진흥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임을 강조했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중심으로 3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해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을 지원한다. 특히 규제보다는 진흥에 무게를 둔 "최소 규제 원칙"을 고수하며 기업들의 혁신 동력을 저해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번 법 시행으로 가장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부분은 AI 생성물에 대한 워터마크 표시 의무화다. 딥페이크 등 AI를 악용한 가짜 뉴스와 불법 콘텐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텍스트, 이미지, 영상 등 생성 결과물에는 반드시 AI 생성물임을 알리는 표식을 남겨야 한다. 또한 의료, 에너지, 금융, 채용 등 국민의 안전과 권리에 직결되는 10여 개 분야는 고영향 AI로 분류되어 사업자의 안전성 확보 조치와 정부 보고가 의무화된다.
하지만 산업 현장의 시각은 기대보다 우려가 앞서는 모양새다. 특히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최근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AI 스타트업의 97% 이상이 법 시행에 따른 준비를 마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호한 규정 해석과 과태료 부담이 자칫 신생 기업들의 시장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는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1년 이상의 충분한 계도 기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 기간 동안 과태료 부과를 유예하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컨설팅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시행 이후에도 민간 전문가들과 소통하며 법령의 미비점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AI 기본법 시행은 한국이 기술력을 넘어 규범 측면에서도 글로벌 표준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로 평가받는다. 다만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산업계의 기술적 수용성과 시민 사회의 신뢰를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대한민국이 놓은 이 법적 초석이 국내 AI 생태계에 혁신의 발판이 될지, 아니면 성장을 가로막는 족쇄가 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