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지역에서 시작된 아파트값 하락세가 인근 강동구까지 번지며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흐름이 반전되고 있다. 정부는 초고가 아파트와 실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에 대해서도 보유세를 인상하는 등 고강도 세제 개편을 예고하며 집값 하향 안정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강동구의 대표적인 1만 2천 세대 규모 대단지 아파트에서는 최근 전용면적 84㎡형이 26억 5천만 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기록한 최고가 33억 원과 비교하면 불과 몇 달 만에 6억 원 이상 급락한 수치다. 현장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 압박이 본격화되면서 매수 심리가 얼어붙은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 주 강동구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01% 하락하며 56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3주 연속 가격이 내린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의 하락세가 인접 지역으로 빠르게 전이되는 양상이다. 마포, 성동, 동작 등 이른바 '한강 벨트' 지역도 상승폭이 크게 둔화하며 정체 국면에 진입했다.
시장에서는 자금 여력이 부족해진 수요자들이 외곽 지역으로 눈을 돌리는 '키 맞추기' 현상도 관측된다. 고가 지역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외곽 지역의 수요는 소폭 늘었으나, 서울 전반의 투자 심리는 위축된 상태다. 특히 5월 9일로 예정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을 앞두고 시장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12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투기성 비거주 1주택이나 초고가 주택에 대해 강력한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며 보유세 개편안을 준비 중임을 공식화했다. 김 장관은 "집을 소유하는 것이 더 이상 경제적 이익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실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와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던 양도소득세 장기보유 특별공제 혜택도 축소할 것임을 시사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고가 주택 쏠림 현상을 차단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세금 인상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김 장관은 "집값의 근본적인 하향 안정화가 세입자들에게도 궁극적으로 이익이 되는 길"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세제 개편 예고로 고가 주택 보유자들의 매물 출회 여부가 향후 집값 향방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까지 정조준하며 규제의 그물을 넓힘에 따라,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 재편과 이에 따른 시장 충격은 불가피해졌다.
규제의 사각지대로 꼽혔던 비거주 1주택자까지 세 부담이 현실화될 경우, 서울 핵심 입지의 매물 잠김 현상이 해소될지 아니면 거래 단절 속에 가격 하락만 가속화될지가 향후 부동산 시장의 핵심 쟁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