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중장거리 간판이었던 김민석(27)이 헝가리 국적을 달고 생애 세 번째 올림픽 무대에 나선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막을 닷새 앞둔 1일, 주최 측이 공개한 국가별 최종 엔트리에는 헝가리 소속 '올리버 킴(Oliver Kim)'이라는 이름이 공식 등재됐다.
김민석은 지난 2018 평창 대회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남자 1500m 동메달을 획득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어 2022 베이징 대회에서도 같은 종목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 빙속의 역사를 새로 썼다. 하지만 같은 해 7월 진천선수촌 내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로 인해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자격정지 1년 6개월, 대한체육회로부터 국가대표 자격정지 2년의 중징계를 받았다.
징계 기간 중 소속팀 없이 훈련을 이어가던 김민석은 결국 지난해 헝가리 귀화를 선택했다. 헝가리 빙상 연맹의 제안과 현지에서 활동 중인 에릭 리(이철원) 코치의 설득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에 따르면 기존 국적으로 출전한 마지막 국제대회 이후 3년이 지나야 타국 국가대표로 올림픽 출전이 가능한데, 김민석은 2022년 2월 이후 공식 대회 기록이 없어 이번 밀라노 대회 출전 자격을 갖췄다.
헝가리 매체 '넴제티 스포르트'와의 인터뷰에서 김민석은 자신의 과오를 정면으로 인정했다. 그는 "술을 마시고 직접 운전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내 잘못"이라며 "사고 직후 차를 처분했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헝가리 국가대표로서 선서식을 마친 뒤 헝가리 정부와 지도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훈련에 매진해왔다.
현지 훈련 상황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민석은 최근 헝가리 대표팀의 일원으로 유럽 현지 전지훈련을 소화하며 전성기 기량을 회복하는 데 주력했다. 헝가리 연맹 측은 김민석을 영입하며 메달권 진입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으며, 김민석 역시 헝가리 국가대표로서의 새로운 출발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민석의 이번 올림픽 출전은 과거 안현수(빅토르 안), 임효준(린샤오쥔)에 이어 한국 빙상계의 주력 선수가 징계나 내부 갈등 끝에 귀화를 선택한 세 번째 사례로 기록되게 됐다. 선수촌 내 음주 사고라는 전례 없는 물의를 일으킨 뒤 국적을 바꿔 복귀하는 그를 향해 국내 빙상계와 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김민석이 출전하는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경기는 대회 중반부인 현지 시각 2월 중순경 열릴 예정이다. 한때 한국의 빙속 영웅으로 불렸던 그가 헝가리의 '올리버 킴'으로서 세 번째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지 전 세계 빙상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징계 회피를 위한 귀화라는 비판과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옹호가 맞서는 가운데, 김민석은 이제 태극마크가 아닌 헝가리 삼색기를 가슴에 달고 빙판 위에 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