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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쿠팡 이사' 연준 의장 지명…금·은값 일제히 하락

강동욱 기자 | 입력 26-01-31 11:1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자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공식 지명했다. 금리 인하를 강하게 압박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보다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성향을 지닌 인물을 낙점하면서, 공격적인 통화 완화를 기대했던 금융시장은 거센 충격에 휩싸였다.

워시 지명자는 지난 2006년 35세의 나이로 사상 최연소 연준 이사에 올랐던 인물로, 현재 쿠팡 미국 법인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후원자인 에스티로더 상속자의 사위이기도 한 그는 월가와 정책 당국을 두루 거친 '금융위기 소방수'로 평가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워시를 "중앙 캐스팅(Central Casting)에서 온 완벽한 인물"이라며 치켜세웠다.

시장과 언론의 시선은 워시 지명자가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에 화답했는지에 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이 "워시가 금리 인하를 약속했느냐"고 묻자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그에게 직접 질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그는 분명히 금리를 내리고 싶어 하며, 오랫동안 그를 지켜봐 왔다"고 덧붙여 우회적인 압박을 이어갔다.

현장에서 지켜본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상원 인준 절차를 의식한 듯 평소보다 절제된 형식을 취했다. 그러나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피하려는 수사적 표현 뒤에는 여전히 '낮은 금리'에 대한 강한 집착이 묻어났다. 워시 지명자 역시 최근 언론 기고 등을 통해 금리 인하 필요성을 언급해왔으나, 데이터에 근거한 신중한 결정을 강조해온 만큼 향후 백악관과의 정책 갈등 불씨는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시장은 즉각 비명을 질렀다. 특히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자산인 국제 금값은 이날 하루에만 10% 가까이 폭락하며 온스당 5,000달러 선이 무너졌고, 은 가격은 30% 넘게 가라앉으며 1980년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인사가 지명되어 금리가 가파르게 내려갈 것으로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워시의 매파적 과거 이력에 놀라 차익 실현 매물을 쏟아낸 결과다.

뉴욕 증시 또한 워시 지명에 따른 통화 정책 불확실성과 달러 강세 여파로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투자운용사 수석 분석가들은 워시가 취임 후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대통령의 요구만큼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SNS를 통해 의장을 공개 비난하는 이전의 갈등 양상이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지명으로 인해 연준의 독립성과 통화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워시 지명자가 상원 인준 과정에서 대통령의 '금리 인하 가이드라인'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음을 증명하느냐가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향방을 가를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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