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이른바 '법 왜곡죄'로 불리는 형법 개정안을 두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사흘째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이어가며 정면충돌했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이 사법 시스템을 파괴하는 독소 조항이라며 반발하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오늘 오후 토론을 강제 종결하고 표결 처리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전날 상정된 형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의힘 측의 필리버스터가 19시간을 넘겨 계속되고 있다. 법 왜곡죄는 판사나 검사가 부당한 목적으로 법을 왜곡해 적용할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를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사법부의 판단을 무력화하려는 방탄용 법안으로 규정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법 왜곡죄가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고 일극 독재 체제를 완성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반면 천준호 민주당 원내운영수석은 정책조정회의를 통해 사법부를 더는 성역으로 둘 수 없다며, 법을 왜곡해도 처벌할 길이 없는 현 상황을 방치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민주당은 토론 시작 24시간이 경과하는 오늘 오후 5시경 국회법에 따라 토론 종결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표결 직후에는 재판소원법을 상정하고, 내일 대법관증원법까지 처리해 이른바 '사법 3법'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본회의에서는 법 왜곡죄 표결 이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 선출안에 대한 투표도 함께 진행된다.
여야 내부의 계파 갈등과 지역 현안을 둘러싼 잡음도 이어졌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를 촉구하는 의원 모임인 '공취모'의 행보를 두고 계파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정청래 대표가 당 공식 기구인 '윤 정부 조작 기소 특위'를 출범시켰음에도, 공취모 핵심 의원들이 독자 활동을 고수하며 당내 주도권 다툼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동혁 대표의 당 운영 노선을 둘러싼 중진 의원들의 집단 반발로 내홍에 휩싸였다. 4선 이상 중진들은 장 대표와의 면담에서 현재의 당 운영 방식으로는 내년 지방선거 승리가 어렵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대구·경북(TK) 행정 통합법 처리가 무산된 것을 두고 지역 의원들과 원내지도부 사이의 책임 공방도 격화하는 모양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사법 관련법들이 본회의 표결만을 남겨두면서 사법부의 독립성 침해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여당의 필리버스터가 야당의 의석수에 밀려 종결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법안 통과 이후 사법부와 정치권 사이의 갈등 수위는 정점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