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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호르무즈 통행료 징수" 의회 법안 가결…미·이스라엘 선박 통과 금지 명시

백설화 선임기자 | 입력 26-03-31 09:22



이란 의회가 세계 최대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30일(현지시간) 의회 국가안보위원회가 해협의 주권과 통제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관리 계획안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3월 초부터 임시로 운영해온 통행료 제도를 공식 법제화한 결과다.
승인된 관리 계획안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리알화 기반의 통행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재정적 틀을 담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 관련 선박의 해협 통과를 전면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이란에 대해 경제 제재를 시행 중인 국가들의 선박 역시 이번 규제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란 측은 해당 계획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해협 맞은편 국가인 오만과 협력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모하마드레자 레자에이 쿠치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장은 현지 언론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주권과 감독권을 공식화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쿠치 위원장은 호르무즈 해협을 하나의 통로로 정의하며 이란이 해당 구역의 안보를 보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안보 보장의 대가로 유조선과 일반 선박으로부터 통행료를 징수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는 주장을 덧붙였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송량의 약 20%를 담당하는 핵심 요충지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이후 해협의 실질적 봉쇄 위험이 커지면서 이곳을 지나는 해상 교통량은 이미 눈에 띄게 감소한 상태다. 이란 당국은 그간 국제 관습법상 공해 또는 영해 내 무해통항권이 인정되던 관례를 깨고 자국 영해 통과에 대한 직접적인 대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현지 취재진과 외신들이 전한 보도에 따르면, 이란 의회 내에서는 이번 법안 통과를 두고 수익원 확보와 지정학적 카드 활용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실제 법안 검토 과정에서 의원들은 호르무즈 해협의 지리적 특수성을 언급하며 서방의 경제 제재에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렛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거듭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정부는 향후 구체적인 징수 요율과 집행 시기를 확정하기 위한 세부 시행령 마련에 착수할 예정이다.

국제 해운업계와 에너지 시장은 이번 법제화가 실질적인 통행 제한으로 이어질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정 국가 선박의 통행 금지가 현실화될 경우 대체 항로를 찾기 어려운 유조선들의 운항 차질은 불가피하다. 또한 리알화 결제 강제 조항이 국제 금융망에서 고립된 이란의 상황과 맞물려 결제 시스템상의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란의 이번 조치는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하는 국가들과의 국제법적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통행료 부과 범위와 미·이스라엘 선박에 대한 차별적 금지 조치가 국제 해양법 협약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이란이 실제 징수 절차를 강행하고 이에 반발하는 국가들이 호송 작전이나 맞대응에 나설 경우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수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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