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각각 종전 의지를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주요 시설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예고하며 긴장 수위를 높인 지 하루 만에 양국 정상 입에서 대화와 철수 가능성이 흘러나왔다. 특히 이란 최고위층에서 공식적인 종전 언급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 도중 이란 사태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 급등 대책을 묻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해야 할 일은 이란을 떠나는 것이며 아주 곧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시점도 제시했다. 그는 "철수는 2~3주 안에 이뤄질 수 있다"며 "더 이상 개입할 이유가 없으며 우리가 떠나면 유가는 폭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언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권교체가 달성됐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이란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할 것이고 목표는 달성됐다"며 "정권교체가 이뤄졌다"고 선언했다. 다만 정권교체 자체가 당초의 목적은 아니었다는 설명을 덧붙이며 확전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명식 내내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지표와 유가 문제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국내 물가 안정에 방점을 찍는 태도를 보였다.
백악관의 이 같은 기류 변화는 경제적 압박과 정치적 일정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내 휘발유 평균 가격이 2022년 8월 이후 처음으로 갤런당 4달러를 돌파하면서 민심이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쟁 장기화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집권 여당의 최대 악재로 부상하자 서둘러 출구 전략을 마련하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란 측에서도 같은 날 전향적인 메시지가 확인됐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어떤 단계에서도 전쟁을 추구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 보도에 따르면 그는 "공격 재발 방지에 대한 보장 등 필요한 조건이 충족된다면 전쟁을 종식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란 군부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지속하며 항전 의지를 굽히지 않는 상황에서 행정부 수반인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종전 조건을 언급한 것은 지도부 내 기류 변화를 시사한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 역시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 인터뷰를 통해 스티븐 윗코프 미국 특사로부터 직접 메시지를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그간 미국과의 접촉 자체를 부인해오던 기존 입장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양국 정상의 발언이 보도되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뉴욕증시는 10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으며 국제 유가는 급락세로 돌아섰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6월물은 미 동부시간 기준 오후 7시 20분 현재 배럴당 103.53달러까지 떨어지며 전날 대비 4%가량 하락한 수치를 기록 중이다.
다만 실제 종전까지는 이란 군부의 해협 봉쇄 해제 여부와 미국의 철수 조건 이행 등 실무적 고비가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2~3주라는 시한 내에 양국이 세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다시 대치 국면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발언이 실제 종전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일시적인 시장 달래기용 수사에 그칠지를 두고 향후 실무 협상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