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의 하영민이 지독했던 수원 원정 잔혹사를 끊어내며 팀의 연패 탈출과 자신의 시즌 첫 승을 동시에 달성했다. 하영민은 19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단 3개의 안타만을 허용하는 완벽한 투구로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하영민에게 이번 승리는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지난 시즌까지 수원 원정 10경기에서 승리 없이 4패, 평균자책점 8.72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던 '수원 잔혹사'를 보기 좋게 씻어냈기 때문이다. 경기 내내 침착함을 유지하던 하영민은 7회를 무실점으로 마친 뒤 이례적으로 포효하며 그간의 간절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호투의 비결은 '변화구의 재발견'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구위 강화를 위해 체중을 9kg이나 늘렸던 하영민은 정작 개막 이후 직구의 위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고전해왔다. 하지만 이날은 평소보다 직구 비중을 줄이고 커터와 포크볼을 적극적으로 섞어 던지는 전략으로 KT 타선을 압도했다. 총 94개의 투구 중 직구는 27개에 불과했을 정도로 변화구 위주의 영리한 배합이 주효했다.
하영민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직구 피안타율이 높고 끝에 힘이 없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준비했던 커터와 포크볼이 효과를 봤다"며 "나는 타자를 유혹해 빠르게 범타를 유도하고 이닝을 끌고 가는 투수라는 제 강점을 다시 깨달았다"고 밝혔다. 자신의 투구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변칙적인 구종 배합을 통해 해법을 찾았다는 설명이다.
팀의 5연패 사슬을 끊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하영민을 움직였다. 앞선 3차례의 등판에서 승리 없이 부진했던 그는 "팀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어 어떻게든 점수를 주지 않고 이기겠다는 마음이 간절했다"고 전했다. 7이닝 무실점은 하영민의 올 시즌 첫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기록이기도 하다.
하영민이 마운드를 내려간 뒤 키움은 불펜진을 가동해 승리를 지켜냈다. 8회 박정훈과 가나쿠보 유토가 실점 없이 위기를 넘겼고, 9회 등판한 마무리 김재웅은 1사 2, 3루의 위기에서 1점을 내줬으나 마지막 타자 강현우와 12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경기를 매듭지었다. 더그아웃에서 이를 지켜본 하영민은 "동료들을 믿고 응원했다"며 팀 승리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번 승리로 하영민은 개인 통산 수원 첫 승과 함께 시즌 첫 승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 하영민은 "수원에서의 안 좋았던 기억을 싹 뒤집어버리고 앞으로는 더 가벼운 마음으로 마운드에 서겠다"며 향후 등판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위기의 키움을 구해낸 하영민의 호투는 팀 선발진 운용에도 큰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