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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 목소리에 멈춘 박수… 유해진·류승룡 "무명 시절 버틴 힘은 선배의 말"

이수경 기자 | 입력 26-05-10 14:39



제62회 백상예술대상이 열린 서울 강남구 코엑스 행사장은 화려한 축제보다 차분한 기록의 현장에 가까웠다. 9일 오후 진행된 이번 시상식에서 영화 부문 대상은 유해진, 방송 부문 대상은 류승룡이 각각 차지했다. 수상자로 호명된 두 배우는 무대 위에서 기쁨을 드러내기보다 수십 년 전 무명 시절의 기억을 꺼내 놓으며 중견 배우로서의 소회를 밝혔다.

시상식 도중 암전된 무대에서 고 안성기의 생전 목소리가 복원되어 흘러나오자 객석의 소란은 일시에 잦아들었다. 인공지능 기술로 구현된 안성기의 음성이 "나다, 내 얼굴 잊은 건 아니겠지"라고 묻자 앞줄에 앉은 배우들은 고개를 숙이거나 손으로 눈가를 훔쳤다. 이어지는 추모 공연에서 먼저 떠난 예술인들의 활동 영상이 스크린을 채우는 동안 시상식장 내부에서는 박수 대신 정적이 흘렀다.

영화 부문 대상을 받은 유해진은 트로피를 쥔 손을 고쳐 잡으며 안성기를 향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유해진은 안성기 선배가 작품이 없을 때 어떻게 생활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셨고 그 말을 평생 되뇌며 살았다고 말했다. 유해진은 소감을 말하는 도중 여러 차례 말을 멈추며 감정을 추스르는 모습을 보였다.

방송 부문 대상을 수상한 류승룡은 30년 전 유해진과 함께 뉴욕 라마마 극장에서 포스터를 붙이며 고생했던 과거를 언급했다. 류승룡은 누군가를 살리는 건 따뜻한 말 한마디라는 소감으로 선배들이 남긴 유산이 후배들에게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두 배우의 수상 소감은 시상식의 성격을 단순한 상 나열에서 예술적 연대기를 확인하는 자리로 바꾸어 놓았다.

영화 "어쩔 수가 없다"로 작품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은 위로의 방식에 대해 발언했다. 박 감독은 슬프거나 화가 나는 일이 있을 때도 농담을 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그래야만 분노와 슬픔의 에너지에서 출구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수상 소감을 마친 뒤 별도의 질의응답 없이 무대를 내려갔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영화 "세계의 주인"으로 감독상을 받은 윤가은 감독은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윤 감독은 자신의 은밀한 고백을 나눠준 피해 생존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시상식 현장에서는 이러한 진지한 소감이 이어질 때마다 평소보다 긴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신예들의 등장은 시상식의 또 다른 축이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신인상과 인기상을 동시에 거머쥔 박지훈은 트로피 두 개를 양손에 들고 무대에 올랐다. 박지훈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박지훈이 무대에서 내려온 뒤에도 객석의 열기는 한동안 가라앉지 않았다.

이번 백상예술대상은 기술적 복원을 통해 과거의 인물을 소환하고 그 유산이 현재의 수상자들에게 어떻게 전달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화려한 연출보다는 출연진들의 육성과 표정에 카메라를 오래 머물게 함으로써 시상식의 무게감을 더했다. 기술과 예술이 결합한 추모 무대는 향후 다른 시상식의 연출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상식은 전 부문 수상자들이 무대에 올라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약 3시간에 걸친 행사가 종료된 뒤에도 배우들은 쉽게 자리를 떠나지 않고 서로를 안아주거나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이어갔다. 이번 행사가 남긴 선후배 간의 연결 고리와 사회적 목소리에 대한 기록은 앞으로의 창작 환경에서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전망이다.

다만 인공지능을 활용한 고인의 목소리 복원이 예술적 감동을 주는 장치인지, 아니면 초상권과 윤리적 경계에 서 있는 시도인지에 대한 논의는 향후 문화계의 과제로 남게 됐다. 시상식장에서 보여준 배우들의 눈물은 그 경계 위에서 예술인이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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