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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마취 중 의료진 대화 몰래 녹음·공개…대법, 변호사 실형 확정

이수민 기자 | 입력 26-07-12 16:37



수면마취 상태인 환자가 수술실에 녹음기기를 두고 의료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뒤, 해당 파일을 넘겨받아 유튜브에 공개한 변호사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환자가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집도의와 간호사 등이 나눈 말을 녹음한 것은 제3자 간 비공개 대화를 불법으로 수집한 행위라는 판단이다.

대법원 3부는 지난달 24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손영서 변호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년과 자격정지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녹음 파일을 만든 환자에게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이 확정됐다.

사건은 2022년 4월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시작됐다. 환자는 코 재수술을 받으면서 수술실 내부의 대화를 의료진 몰래 녹음했다. 파일에는 집도의와 간호사 등 수술 참여자들이 수술 과정에서 주고받은 말이 담겼다.

손 변호사는 환자에게서 녹음 파일을 전달받은 뒤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영상에서는 해당 병원에서 대리수술이 이뤄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대리수술 의혹을 받은 의료진은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형사재판에서도 녹음 내용만으로 대리수술이 있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 언급됐다.

재판의 핵심은 환자를 수술실 대화의 당사자로 볼 수 있는지였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다른 사람 사이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자신이 직접 참여한 대화를 상대방 동의 없이 녹음하는 경우와는 구분된다.

법원은 환자가 수면마취 상태였고 집도의와 간호사 등이 나눈 대화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환자가 수술실 안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진끼리 주고받은 모든 대화의 당사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손 변호사 측은 대리수술 의혹을 알리고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공익적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배심원 7명은 두 피고인에게 모두 유죄 평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녹음 파일 공개가 병원 측을 압박해 합의금을 받거나 변호사 본인의 사건 수임과 홍보에 활용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도 같은 결론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의 성립과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잘못 적용한 문제가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공익을 내세우더라도 불법으로 취득한 비공개 대화를 당사자 동의 없이 공개하는 행위까지 정당화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판결이 확정된 뒤 환자와 의료진 사이의 분쟁도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의사회는 10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무단 녹음 자료를 편집해 온라인에 공개하거나 여론전으로 의료 분쟁을 해결하는 방식은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수술 결과나 치료 과정에서 갈등이 생겼다는 이유로 녹음과 공개가 반복되면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환자의 권리 보호와 의료진 보호는 충돌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지켜야 할 원칙이라고도 했다.

의료계 입장만으로 이번 사건의 법적 의미를 한정할 수는 없다. 환자가 의료행위 과정에서 증거를 확보할 필요성과 의료진의 비공개 대화가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동시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현행 의료법은 전신마취 등으로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의료기관의 수술실에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촬영은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 일정한 절차를 거쳐 진행되며, 녹음 기능은 사용할 수 없다.

이번 판결은 환자가 수술실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의료진 대화 전체를 자유롭게 녹음하고 공개할 수 없다는 선을 그었다. 반면 수술 과정의 위법 여부를 환자가 어떤 적법한 방식으로 확인하고 증명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는 별도의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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