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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메시가 안아준 아기, 19년 뒤 눈물 흘리는 전설을 품다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 입력 26-07-20 19:10



승자 야말의 포옹이 보여준 축구의 품격…떠나는 전설과 새로운 시대의 아름다운 교대

축구는 때로 한 편의 영화보다 더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이 끝난 뒤, 승리의 환호와 패배의 눈물이 뒤섞인 경기장에서 세계 축구사의 한 페이지로 남을 장면이 펼쳐졌다.

스페인의 새로운 별 라민 야말이 허탈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던 아르헨티나의 전설 리오넬 메시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그를 따뜻하게 끌어안았다.

야말에게는 생애 가장 찬란한 순간이었다. 반면 메시에게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월드컵 무대에서 맞이한 가장 가슴 아픈 순간이었다.

그러나 야말은 자신의 기쁨을 앞세우지 않았다. 먼저 패배한 전설의 눈물을 보았고, 축구 인생 전체를 바쳐온 선배의 아픔을 품었다.

그 포옹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었다.

한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는, 축구 역사의 조용하고도 위대한 세대교체의 순간이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7년 자선 달력 촬영 행사에서 당시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하던 메시는 갓난아기였던 야말을 정성스럽게 목욕시켜 주었다. 당시에는 누구도 품에 안긴 그 아기가 훗날 스페인을 대표하는 축구 천재로 성장해 월드컵 결승 무대에 설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메시의 품에 안겨 있던 아기는 19년 후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메시의 눈물을 닦아주는 선수가 됐다.

세월은 그렇게 흘렀고, 축구의 운명은 두 사람을 다시 만났다.

메시는 오랜 시간 세계 축구의 중심이었다. 작은 체구로 거대한 수비벽을 무너뜨렸고, 수많은 사람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했다. 그의 왼발은 하나의 예술이었고, 그의 축구는 한 시대의 언어였다.

수많은 우승컵과 기록을 남겼지만 메시가 진정 위대한 이유는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는 재능만으로 정상에 오른 선수가 아니라, 수많은 좌절과 비난을 견디며 끝내 자신의 조국에 월드컵 우승을 안긴 인물이다.

그런 메시도 이제 시간 앞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2026년 월드컵이 그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지는 아직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축구팬들은 알고 있다. 메시의 경기를 월드컵 무대에서 다시 볼 기회가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야말의 포옹은 더욱 가슴을 울린다.

그것은 승자가 패자를 위로한 장면을 넘어, 새로운 세대가 이전 세대의 위대함을 인정하고 존중한 순간이었다.

진정한 세대교체는 선배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다. 앞선 세대가 걸어온 길을 기억하고, 그들이 남긴 정신과 품격을 이어받는 것이다.

야말은 우승의 순간에도 메시를 향한 존경을 잊지 않았다. 자신이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이 됐다고 해서 전설의 시간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우리는 흔히 승자만을 기억한다.

그러나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는 우승컵의 숫자나 화려한 기록에만 있지 않다. 패배한 상대의 눈물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 정상에서 고개를 숙일 줄 아는 겸손, 선배의 업적을 존중하는 태도에 스포츠의 품격이 있다.

야말의 포옹이 아름다웠던 이유다.

메시는 이번 결승에서 패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가 세계 축구에 남긴 위대한 유산까지 패배한 것은 아니다.

그가 19년 전 품에 안았던 한 아이는 세계 최고의 선수로 성장했고, 이제는 메시가 보여준 축구와 인간적인 품격을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전설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지 않는다.

전설이 남긴 꿈은 다음 세대의 가슴속에서 다시 뛰기 시작한다. 메시가 야말에게 건넨 축구의 꿈은 19년 뒤 따뜻한 포옹이 되어 돌아왔다.

메시가 안아주었던 아기가 이제는 눈물 흘리는 메시를 안아주었다.

이보다 아름다운 세대교체가 또 있을까.

월드컵 우승컵의 주인은 바뀌어도,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과 서로를 존중하는 품격은 세대를 넘어 이어진다.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이 남긴 가장 위대한 장면은 어쩌면 우승 세리머니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눈물 흘리는 전설을 말없이 품어준 한 젊은 선수의 포옹.

그 짧은 순간에 축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모두 담겨 있었다.

메시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위대한 축구가 야말이라는 새로운 별을 통해 다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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