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조선 등 수출 주력 산업의 호조가 고용시장으로 번지면서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가 15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반면 건설업은 3년 넘게 가입자 감소가 이어졌고 29세 이하 청년층도 4년째 줄어 산업과 연령에 따른 고용 격차가 뚜렷했다.
고용노동부가 7일 발표한 "2026년 8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1590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7만8000명 늘었다. 증가율은 1.8%로, 전체 가입자는 8개월 연속 20만명대 후반의 증가 폭을 유지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제조업에서 나왔다. 제조업 가입자는 384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2000명 증가했다. 제조업 가입자가 전년 동월 대비 증가한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15개월 만이다.
반등을 이끈 산업은 반도체와 조선이다.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통신 분야 가입자는 4700명 늘었고 기계장비도 2700명 증가했다. 의료·정밀광학 분야 역시 2200명 늘었다.
조선업이 포함된 기타운송장비에서는 7600명이 증가해 제조업 가운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식료품 제조업에서도 2900명이 늘었다. 반도체 경기 회복과 선박 수주, 식품 수출 확대가 실제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로 연결된 셈이다.
조원식 고용노동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제조업 가입자 증가에 대해 조선업의 기여가 가장 컸으며 반도체 호황과 식품 수출 확대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조업 전체가 회복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비금속광물과 섬유, 화학제품, 자동차, 전기장비 등에서는 가입자가 감소했다. 일부 수출 주력 업종이 전체 제조업 고용을 플러스로 끌어올린 구조다.
외국인 근로자를 제외하면 상황은 더 다르다. 고용허가제에 따라 고용보험에 당연 가입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증가분을 제외할 경우 제조업 가입자는 전년보다 약 1만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고용의 15개월 만의 반등이라는 숫자 뒤에 내국인 고용 감소가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서비스업은 전체 고용 증가를 이끌었다. 가입자는 1116만4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만명 증가했다.
보건복지업에서 11만2000명이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고 숙박·음식업은 5만7000명 증가했다. 사업서비스업과 전문과학기술업에서도 각각 2만명 이상 가입자가 늘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가입자를 늘리는 사이 건설업에서는 감소세가 끊이지 않았다.
8월 건설업 고용보험 가입자는 74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800명 줄었다. 2023년 8월부터 37개월 연속 감소다. 특히 종합건설업을 중심으로 가입자가 줄었다. 다만 최근 들어 감소 폭 자체는 축소되고 있다고 노동부는 설명했다.
연령별 고용 상황도 엇갈렸다.
30대 가입자는 지난해보다 8만5000명 늘었고 50대는 3만8000명 증가했다. 60세 이상에서는 20만7000명이 늘어 전체 연령 가운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반대로 29세 이하 가입자는 5만5700명 감소했다. 2022년 9월 이후 48개월 연속 감소다. 청년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영향이 포함돼 있지만 다른 연령대에서 가입자가 늘고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청년층의 고용 부진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기업의 구인 움직임에는 일부 개선 신호가 나타났다. 고용서비스 플랫폼 "고용24"의 8월 신규 구인 인원은 16만1000명으로 지난해보다 6000명 증가했다. 신규 구직자는 35만2000명으로 1000명 감소했다.
구직자 한 명당 일자리 수를 나타내는 구인배수는 0.46으로 지난해 같은 달의 0.44보다 높아졌다. 구직자 한 명을 놓고 보면 채용공고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지난해보다는 소폭 개선된 수치다.
실업급여 지표도 감소했다. 8월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8만1000명으로 전년보다 200명 줄었고 수급자는 61만5000명으로 2만3000명 감소했다. 지급액은 1조84억원으로 245억원 줄었다.
8월 고용지표에서는 반도체와 조선이 제조업을 15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려놓았지만 회복의 범위는 제한적이었다. 외국인 증가분을 제외한 제조업 고용은 여전히 감소했고 건설업과 29세 이하 청년층의 장기 감소도 멈추지 않았다. 수출 산업에서 시작된 고용 회복이 내국인과 청년층까지 확산될 수 있느냐가 다음 고용지표에서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주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