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개헌 추진을 공식화하며 권력구조 개편까지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특정 권력구조 모델을 미리 정하지 않고 국민적 합의가 가능한 범위에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행 헌법과 법률의 절차적 정신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와 국민의 요구를 반영해 현실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개헌의 출발점으로는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5·18, 부마항쟁 등의 헌법 전문 수록은 개헌의 출발이고,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 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개헌의 범위를 기본권이나 헌법 전문 개정에 한정하지 않고 대통령제 등 권력구조 문제까지 열어놓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다만 김 대표는 권력구조 개편의 구체적인 형태를 이날 제시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미 당 차원의 개헌 논의에 착수한 상태다. 김 대표는 지난달 25일 당 혁신 특별기구인 "메가 텐" 가운데 하나로 개헌추진단을 출범시키고 김태년 의원을 단장으로 임명했다.
당시에도 김 대표는 개헌의 범위를 미리 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야와 정치권, 국민이 합의해 실제 시행할 수 있는 개헌부터 신속하게 추진하되 어디까지 손볼지는 국민적 논의를 거쳐 결정하겠다는 취지였다.
당내에서는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중심으로 개헌하자는 의견부터 선거제도와 권력구조까지 함께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여러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권력구조 개편이 본격적인 논의 대상으로 올라올 경우 대통령 임기와 정부 형태가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 필요성을 제시해왔다. 다만 현행 헌법 제128조 2항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개정 당시 대통령에게 효력이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헌이 이뤄지더라도 현직 대통령에게 새 임기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도 지난 4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헌이 이뤄질 경우 연임하지 않겠다고 선언해달라는 요청에 현행 헌법상 자신에게 적용될 수 없는 문제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 역시 지난달 개헌추진단을 출범시키면서 특정한 권력구조 모델을 설정해 놓고 추진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개헌이 실제 이뤄지기 위해서는 여당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헌법 개정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고 이후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야당과의 합의가 사실상 필수적인 구조다.
민주당이 5·18과 부마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을 우선적인 개헌 의제로 제시하면서 권력구조 개편을 어디까지 함께 다룰지도 향후 여야 협상의 핵심 변수가 됐다.
김 대표가 이날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라는 기준을 제시하면서 민주당은 개헌 논의의 문을 권력구조까지 열었다. 이제 쟁점은 개헌 여부 자체보다 무엇을 헌법에 담을 것인지로 옮겨가고 있다. 헌법 전문 개정에서 시작한 논의가 대통령 임기와 권력구조 개편까지 한 번에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개헌의 범위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