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면 철분, 손발이 저리면 비타민 B12, 머리카락이 빠지면 아연, 근육에 경련이 생기면 마그네슘 부족을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특정 증상을 특정 영양소 부족과 연결한 정보가 넘쳐난다. 문제는 우리 몸이 그렇게 단순한 방식으로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영양소 결핍은 실제로 다양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철분 결핍성 빈혈이 생기면 피로와 무기력, 어지럼증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손발이 차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피곤하다"는 이유만으로 철분 부족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수면 부족이나 과로부터 다른 형태의 빈혈, 갑상선 질환, 감염 등 피로를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철분 결핍이 확인됐다면 철분을 보충하는 것과 함께 왜 철분이 부족해졌는지를 살펴보는 과정도 필요하다.
손발 저림이나 따끔거림은 비타민 B12 부족과 관련될 수 있다. 비타민 B12는 정상적인 혈액 생성뿐 아니라 신경계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영양소다. 결핍이 지속되면 손발 저림과 감각 이상, 균형 문제, 기억력 저하 등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입이나 혀가 아픈 증상 역시 비타민 B12 결핍에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손발 저림이나 혀 통증만으로 비타민 B12 부족을 확정할 수는 없다. 신경 압박이나 말초신경 질환을 비롯한 다른 원인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거나 상처가 잘 낫지 않고 맛과 냄새를 이전보다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에는 아연 부족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다. 아연 결핍은 탈모와 상처 회복 지연, 미각·후각 저하 등과 연관될 수 있다.
그렇다고 탈모가 시작됐다는 이유만으로 아연제를 복용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탈모는 유전적 요인과 호르몬 변화, 스트레스, 질환, 약물 등 원인이 다양하다. 상처 회복이 늦어지는 현상 역시 영양 상태 외에 다른 건강 문제가 원인일 수 있다.
근육이 떨리거나 경련이 생기면 마그네슘 부족을 떠올리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심한 마그네슘 결핍은 저림이나 근육 수축, 경련을 일으킬 수 있고 비정상적인 심장박동과 관련되기도 한다.
하지만 근육에 쥐가 났다는 이유만으로 마그네슘 결핍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운동이나 탈수, 근육 피로, 약물 등 다른 원인도 함께 살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 증상이 특정 영양소 부족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것과 "이 증상이 있으니 특정 영양소가 부족하다"는 판단을 구분하는 것이다. 두 문장은 비슷해 보이지만 의학적으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특히 온라인에서 자주 접하는 "몸이 보내는 비타민 부족 신호" 같은 정보는 자신의 건강 상태를 살펴보는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지만 진단 기준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하나의 증상이 여러 질환이나 생활습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가진단 뒤 곧바로 고용량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영양제는 많이 먹는다고 반드시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필요하지 않은 영양소를 과도하게 섭취하면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다른 영양소의 흡수와 균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피로와 손발 저림, 탈모, 근육 경련 등이 반복되거나 장기간 지속되고 점차 심해진다면 영양제를 먼저 고르는 것보다 의료기관에서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증상과 식습관, 복용 중인 약물, 기존 질환 등을 함께 살펴보고 필요한 경우 혈액검사 등을 통해 실제 영양소 결핍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몸에서 나타나는 작은 변화를 무시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 신호를 곧바로 특정 비타민이나 미네랄 부족으로 해석해서도 안 된다. 증상은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일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진단명은 아니다.
건강을 지키는 출발점은 부족할 것이라고 짐작한 영양제를 찾는 데 있지 않다. 반복되는 증상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확인하고 그 결과에 맞춰 필요한 영양과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먼저다.
홍진석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