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취임 첫날 대국민 사과부터 했다. 광주 "장윤기 사건"의 부실 수사 논란에 이어 제주 실종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사실까지 드러나자 전국 경찰 지휘부를 소집하고 조직 전반을 다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김 직무대행은 3일 전국 경찰 지휘부 회의를 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경찰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소중한 가족의 생사를 애타게 기다리던 분들의 절박한 호소에도 경찰이 제대로 응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회의에는 국가수사본부장과 전국 시도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가 참석했다. 최근 단행된 경찰 고위직 인사 이후 새 지휘부가 한자리에 모인 첫 회의였다.
김 직무대행은 별도의 취임 인사보다 최근 경찰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먼저 언급했다. 실종자 가족과 국민에게 사과한 뒤 경찰 조직을 다시 설계한다는 각오로 개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의 쇄신 방침은 최근 잇따라 불거진 사건에서 출발했다.
광주 장윤기 사건에서는 경찰의 초기 수사와 사건 처리 과정이 도마에 올랐다. 이후 제주에서는 실종 신고가 접수된 사건을 담당 경찰관이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허위로 종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의 실종자 대응 체계까지 문제가 됐다.
특히 제주 사건은 실종자의 생사를 확인해야 하는 기본 절차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으로 번졌다. 경찰 내부의 보고와 지휘·감독 체계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김 직무대행은 이번 사태를 특정 경찰관 개인의 문제로만 처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른바 "꼬리 자르기" 방식으로 책임을 한정하지 않고 지휘·감독과 업무 절차를 포함한 조직 차원의 문제까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찰청에 "경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한다.
개혁 대상에는 범죄 대응 방식과 수사 시스템, 조직 구조와 내부 통제, 조직문화 등이 포함된다. 최근 문제가 된 실종 사건 처리 절차 역시 중점적으로 점검한다.
김 직무대행은 지휘부 회의를 마친 뒤 곧바로 제주로 향했다. 취임 후 첫 현장 일정으로 제주 실종 사망자 유가족을 찾아 직접 사과했다.
이어 제주경찰청을 방문해 사건 처리 과정과 후속 대책을 점검했다.
김 직무대행은 제주에서 "1호 지시사항으로 쇄신 대책을 지시했다"며 "실종사건 접수부터 수색, 수사, 종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조금의 빈틈이 없도록 챙기겠다"고 말했다.
실종 사건 처리 체계를 손보는 과정에서는 사건 종결 절차가 주요 점검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담당 경찰관의 판단만으로 생존 여부 확인이 불충분한 상태에서 사건이 끝나는 일을 막을 수 있도록 확인과 승인 절차를 강화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경찰의 수사 책임도 이전보다 무거워지고 있다. 검찰청 폐지와 형사사법체계 개편이 진행되면서 경찰이 담당해야 할 수사의 범위와 책임이 커지는 상황에서 잇따라 부실 대응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김 직무대행도 수사의 완결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피해자 보호 체계를 강화하는 작업을 경찰 개혁과 함께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최근 고위직 인사에서도 대규모 교체를 단행했다. 전국 시도경찰청장 상당수가 바뀌었고 경찰청 본청과 일선 지휘부 역시 새롭게 구성됐다. 새 지휘부 출범 직후 첫 공식 회의에서 조직 쇄신을 전면에 내건 셈이다.
다만 경찰개혁추진단 설치와 지휘부 사과만으로 현장의 사건 처리 방식이 달라지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제주 실종 사건에서 왜 기본적인 확인 절차가 작동하지 않았는지, 상급자의 지휘·감독 과정에서는 왜 걸러지지 않았는지까지 밝혀져야 한다. 김 직무대행이 개인의 일탈로 책임을 끝내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경찰이 어디까지 조직적 책임을 묻고 제도를 바꿀지가 이번 쇄신의 첫 시험대가 됐다.
박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