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1위 안세영이 중국 마스터스에서 두 경기 연속 한 게임도 내주지 않으며 8강에 올랐다. 경기력은 흔들리지 않았지만 양쪽 무릎에 감긴 테이핑이 눈에 띄었다. 중계를 맡은 전 덴마크 대표팀 감독 스틴 페데르센도 세계선수권 당시와 달라진 안세영의 무릎 상태를 짚었다.
안세영은 3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 BWF 월드투어 중국 마스터스 여자단식 16강에서 중국의 한첸시를 2-0으로 꺾었다.
세계 33위 한첸시를 상대로 21-14, 21-7의 완승이었다. 경기 시간은 39분에 불과했다.
안세영은 1회전에서도 세계 17위 린샹티를 21-11, 21-3으로 제압했다. 중국 마스터스 두 경기에서 모두 2-0 승리를 거두며 대회 3연패 도전을 이어갔다.
한첸시는 세계랭킹만 놓고 보면 안세영보다 크게 뒤지지만 올해 2월 독일오픈 결승에서 세계 2위 왕즈이를 꺾고 우승한 선수다. 홈 관중의 응원을 등에 업었지만 안세영과의 경기에서는 좀처럼 흐름을 잡지 못했다.
1게임 초반 3-3까지 맞섰지만 안세영이 여기서 연속 7점을 가져가며 격차를 벌렸다. 한첸시가 11-8까지 따라붙었지만 안세영은 다시 코트 구석을 공략하며 추격을 끊었다.
2게임에서는 격차가 더 벌어졌다. 안세영은 초반 4-5로 한 차례 뒤진 뒤 10점을 연속으로 따내며 14-5까지 달아났다. 한첸시의 공격을 받아낸 뒤 곧바로 빈 공간을 찌르는 전환이 반복됐다. 17-7에서는 내리 4점을 가져가 경기를 끝냈다.
경기 내용만 보면 부상 여파를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날 안세영은 양쪽 무릎 모두에 테이핑을 한 상태로 코트에 들어섰다. 경기 도중 테이핑 일부가 떨어지는 장면도 나왔다.
BWF 국제신호 중계를 맡은 스틴 페데르센은 이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페데르센은 안세영의 움직임을 평가하면서 어린 시절보다 풋워크가 크게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이면서도 강하게 이동할 수 있는 효율적인 움직임을 갖췄다는 평가였다.
그러면서 안세영의 양쪽 무릎을 언급했다.
페데르센은 "오늘은 양쪽 무릎에 모두 테이핑을 하고 있다"며 자신이 기록한 바로는 지난달 세계선수권 때보다 테이핑이 하나 더 늘었다고 지적했다.
안세영은 지난 7월 일본오픈에서 왼발 부상으로 16강 경기 도중 기권했다. 이후 중국오픈에는 출전하지 않고 재활과 회복에 집중했다.
한 달가량 국제대회에서 빠졌던 안세영은 지난달 세계선수권을 통해 복귀했다. 부상 이후 첫 대회였지만 결승까지 올라 정상에 서면서 3년 만에 세계선수권 여자단식 우승을 되찾았다.
페데르센은 일본오픈 부상 이후 중국오픈에 출전하지 않은 것이 결과적으로 안세영에게 도움이 됐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큰 대회를 하나 더 치르면서 신체적인 부담과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회복 시간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안세영이 완전한 몸 상태가 아니더라도 높은 수준의 샷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도 평가했다.
다만 양쪽 무릎의 테이핑만으로 새로운 부상이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선수들은 부상 예방과 관절 보호를 위해 테이핑을 사용하기도 한다. 현재까지 안세영이나 대표팀이 양쪽 무릎에 새로운 부상이 발생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내용도 없다.
안세영의 다음 상대는 대표팀 동료이자 삼성생명 소속 선배인 세계 12위 김가은이다.
김가은도 이날 16강에서 덴마크의 리네 크리스토페르센을 2-0으로 꺾으면서 한국 선수끼리 4강 진출권을 놓고 맞붙게 됐다. 안세영과 김가은의 8강전은 4일 열린다.
8강을 통과하면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와 다시 만날 가능성도 있다. 안세영은 지난달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야마구치를 꺾고 우승했다.
중국 마스터스는 안세영에게 이번 시즌 또 하나의 우승 대회인 동시에 오는 19일 개막하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앞둔 마지막 실전 점검 무대다.
아시안게임에서는 여자단체전과 개인전이 이어진다. 단체전 일정에 따라 하루 두 경기를 치르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어 경기력만큼 체력과 몸 상태 관리가 중요하다.
중국 마스터스에서 안세영의 경기력은 압도적이다. 두 경기 모두 2-0으로 끝냈고 16강은 39분 만에 마무리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개막을 불과 2주가량 앞둔 시점에서 양쪽 무릎에 등장한 테이핑은 BWF 해설진까지 주목했다. 김가은과의 8강 이후에도 같은 테이핑이 이어지는지, 남은 경기에서 안세영의 움직임에 변화가 나타나는지가 이번 대회의 또 다른 확인 지점이 됐다.
이수정 기자